먼저 태어난 여자에게 배웠다

그녀의 생일즈음

by orosi
애쓰지마라



애쓰며 익혀야 직성이 풀리던 내가

엄마라는 역할을 해내느라 헤맬 때

이럴 땐 어떻게 해? 하고 물을 엄마가 없었다.


마음쓰지 마라


서로의 마음을 모르기로 작정한 사람들과

함께 사느라 숨이 막힐 때 지금 갈게~하고

찾아 갈 옛 보금자리가 없었다.


그럴 때

내가 가던 곳은 주로 3시간을 달려 닿은 무덤가,

숨소리도 느껴지지않는 병실, 혹은 요양원이었다.

바다엔 갈 수 없었고.


셋 중

누군가와 눈을 마주하고 한 마디라도

건네고 올 수 있었던 곳이 바로

요양원이다.


나를 보며

종복아~ 우주야~ 누구시더라~를 번갈아 다양하게 불러준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기억 속 남자가 되었다가 고양이도 되었다가.. 모르는이도 되어준다.



그 남자가 그 고양이가..

낯선이가 그녀의 양 볼과 이마, 여기저기

입을 맞추고 어렵게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제 다시 3시간을 재촉하며 돌아가야할 때인지

그녀가 먼저 알아챈 듯 그제야 내 손을 잡고 말한다.


나의 유년기는 죄다 그녀와 함께였다.

그 고운 여자가 말한다.

이제야 내가 자신의 똥강아지,

윤미인걸 알아채고 말한다.


애쓰지 마라. 그래도 된다.


먼저 산 여자가

먼저 태어난 여자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돌아오는 내내 절절히 마음에 새기던 말.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던 나의 할머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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