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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Jul 29. 2023

'지금과 나중' 꼭 하나, 불편해야 한다면?

까짓 거 막 쓰고 던져줄랍니까

이다음에 커서..라는 말이 싫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찾아올지 모를 미래 어느 시점의 행복을 위해 조건을 붙이는 것 같아서.

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결의에 차거나, 고개를 끄덕~ 기꺼이 납득하며 현재를 살 아이가 몇이나 될까.


지금 빡세게 살면.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면.

밝은 미래가 떡~하니 보장되고야만다고 정말 확신할 수 있나.


에이~~ 그래도 뭐든 안 하는 것보다야 더 나은 삶을 살지 않겠냐고 한다면 첨언하진 않겠다.


주어진 과업을 마주하는 태도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다만 든든한 미래가 준비되어 있다고 함부로 감언 하는 어른은 되지 말잔 말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내가 '지금 여기!'를 강조하는 현재지향인처럼 비치겠으나. 그렇지만도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현재를 즐기고

지금 이곳의 삶을 편히 누릴 것을 강조하는 어른으로 역할해야 할까? 까르페디엠?

됐다. 의미가 퇴색되진 말았으면  참 좋겠다.


음식점에 가서 일행들의 컵에 매너 있게 물을 따라 주지 않는다.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좋은 습관이다. 환경학자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고야 마는 장면이 있다면 바로 이 , 물 잔 채우기다.

누구나 물컵에 가득 따라진 물을 비우진 않는다. 우린 쉽게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여기지만 버려지는 물이 상당하다. 식당에서 제공되는 물이 자원이라고 여기질 않는 일상..  이건 좀 예민하다 여겨도 어쩔 도리가 없다.


게는 300원(메가커피)에서  1000원(오늘방문한 제주함덕의 파리바게트.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한 액수였다.)에 이르기까지 컵보증금도 익숙한 일상이 되어가니 좋다.




아직까지 버젓이 종이컵을 테이블에 세팅해 둔 음식점은 단골 삼지 않는 게 내가 가진 뒤 끝, 소심한 복수? 이기도 하다.

맛집이라 붐비고 회전율이 좋은 집일수록 설거지하기가 녹록지 않겠다~~

오랜 알바경험으로 전혀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을 차곡차곡 아이들 미래에 쌓아주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을 대하며 밥벌이를 하고,  내 아이도 둘이나 생기고 나니 찐 꼰대가 되어있다.



저 사람도 버리는데.

저들도 쓰는데.

이런 동질의 마음에 사람들이 덜 선동되기를 갈수록 바라고야 만다.

사람들이 쉽게 휩쓸리고 기어이 따라 하는 선택들이 두려운 순간들이 많아졌다.

이 점이 나를 종종 미래지향인으로 만든다.

미래세대들이 감당해야 할 수고와 고통을

앞선 세대인 우리가 징하게 외면하고 있지 않나 싶어 미안한 이다.



오늘 아이들과 찾은 도서관에

개인 쓰레기를 가득 담은 봉투를 버리고 가는 누군가의 엄마(휴게소라면 더 흔한) 본다.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스푼을 사용해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람들을 보며 '매장에서 매장용' 용기와 수저를 사용하는 본인이 오히려 비정상인가 싶어 목소리를 낮춰 묻는 아이도 본다.


지난밤 아름다웠던 해변.

다시 찾은 이른 새벽, 어찌할 도리없이 마주한 쓰레기밭도 본다.


'아직' 아름다운 제주에서

오늘 하루만도 여러 번 아이들을 걱정한다.

우리가 무얼 하면 좋을까?


이 아이들의 아이들도 걱정없이 준비운동을 함께 하며.. 이 바다를, 이 하늘을 만끽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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