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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Aug 02. 2023

과식할래? 장수할래?

먹다 죽어 때깔 고운 귀신이 되렵니다

식사를 종종 함께 하는 지인들은 나의 밤을 염려한다. 그 밤 또 아플까 싶어서다.

탈이 날 정도로 과식을 하는 편이다. 둘째라 그런 거라고 민망할 때마다 둘러대 온, 난 식탐이 있으니까.

 

여행을 와서 양심이 있다 보니 과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순간이 아니면 없을 기회라는 생각에 지배당해(?) 성심 성의껏 주문한다.


<함덕 스픈 11>

두 번째 방문이다. 첫 식사 때는 나름 절제와 미덕을 두루 갖춘 자리였으므로 내  메뉴에만 충실하느라 절식했다. 우아했겠지? 흐.

그래서 한번 더 가야 했다. 내 것 네  할  없이 잔뜩 손대러. 아이들을 위해 챙겨  상비약을 뒤져  백초를 결국 내가 개봉했다.



<옥란면옥>

반냉면을 추천받아 갔고, 아이 둘. 어른 둘.이었지만

어른 각자 몫의 반냉면을 하나씩 주문하고, 물냉면, 비빔냉면, 녹두전까지 시키고 나니 직원분이 빠르게 뒷걸음질 쳐 우리 테이블로 굳이 온다.

아이들이 매운 것도 잘 먹나 봐요?(아뇨)
아님, 더 오시나요?


주문받는 분이 아주 친절하시다. 결국 두 아이는 물냉면만 반씩 나누어 먹고 나머지는 다 우리가 맛본다. 곱빼기가 따로 없으니 여유분이라 칠 비빔냉면과 녹두전은 적절했다. 점심으로 먹은 지라 매실음료 하나씩 마시고 적절히 속을 달랬다.



<카페 시소>

식빵 맛집이라니.

식빵이 맛있어봐야~~ 뭐 이런 건방진 생각은 늘 없다. 설렘만 따를 뿐.

공장식 베이커리 카페가 아니라 더 좋다.

키위주스. 나의 최애 케냐. 고대하던 식빵. 소금빵. 스콘. 간단히 맛보기로 시켜서 초감탄을 연발하며 질림 없이 먹어치웠다. 무슨..  이렇게 맛있을 건 또 뭐람. 이 집을 용인에 실어 가고 싶다. 저쯤 먹었으면 치즈케익이나 다른 음료를 맛봐도 될 텐데(될까?) 식빵을 또 주문했다. 포장해 드리냐는 질문이 민망해서 포장도 두 개나 했다. 의아해하시는 건 사장님 몫.



<명진전복>

산굼부리에서 분명  안 먹어도 배부르다며 그렇게 감탄해마지 않더니, 전복돌솥밥  각자 몫에 11마리의 전복구이, 아이들 몫의 전복죽까지 어째 내 배에 차곡차곡 쌓았다. 기껏 몸보신하고 속청을 사다 마셔야 했고.




<달마갈비>

어릴 적 먹던 돼지갈비는 먹고 나면 옷이며 살갗은 물론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서 달큰한 양념향이 배어 나왔다. 그런데 이곳은 돼지 생갈비가 이름났다. 무슨 이런 맛이 다 있어~~~ 불과 2시간 30분 전. (늦은 점심이라 예민해서 사진도 남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늦은 점심으로 장춘식당의 성게미역국, 성게비빔밥, 전복뚝배기를 해치운 멤버들이 여기까지 왔으니 간단히 고기 맛만 보자고 들른 곳은 기어이 이슬아의 비거니즘을 내 머릿속에서 꼼꼼히도 지워버렸다. 식간이 다소 짧았고, 점심메뉴가 아직 대장은커녕 소장 입구쯤(?) 닿았을 테니까.

돼지 생갈비 4인분만 먹었다. 1인분 양이 상당한 탓도 있었다. 무조건 먹고 죽어야 할 맛이랄까?



아~~ 이거.

아~~~

맛있어서, 그리고 먹느라 바빠 말을 잇지 못하는 나를 마주 앉은 아이가 물끄러미 본다.


엄마, 혹시 오래 살고 싶어요?



(이거 또 왠지 싸~~ 하긴 한데;;)

그럼~~  엄만 재이, 재하랑
오~래오래 살고 싶지~! 왜에?



오래 사는 사람들의 비결 중에
하나가 바로 '소식'하는 거래요.




아주 잘~~ 알지. 엄마도.

엄마의 꿈은 말이야. "많이 먹고! 오래 사는 거란다"


아이들과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지만 오늘도 나는 최선을 다해 산해진미를 찾아 먹었다.

여행 내내 포만감을 잊을 겨를이 없어 살짝 거북해지기까지 하자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입에 담아 가며 투덜댄다.


야~~  왜 남겨~
너희들이 잘 안 먹으니까~~
엄마만 매번 배가 잔뜩 부르잖아~
아후~~  배불러! 아후~~



근데요..  그건
얼마든지 엄마가
선택할 수도 있지 않나요?




아..  절제란.  

소식이란.

다이어트란.


이토록 간단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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