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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rosi Jul 18. 2023

14년 지기와 이별했습니다

14일만 추억할게

엄마와 아빠를 차례로 14년 전 떠나보냈다.

엄마의 경우, 떠난 건 맞고 보낸 건 아니지만 말이다.



13년 전 아내노릇을 시작한 일. 

여자에서 엄마가 되고야 만  9년 전에도 한결같이 함께  주었다. 사는 동안 상당 부분 곁을 지키며 내가 무엇하고 살 묵묵했다.


전국 어디건 엄마를 찾아다니던 순간에도.

용인과 강릉사이, 아빠와 할머니의 병실을 오가던 세월 동안 매번 가는 내내  손을 맞잡았었다.


원을 밥 먹듯 하던 첫째 아이도 태우고.

이병원 저 병원 다니느라 애도 태우고.


온갖 검사와 수술을 반복해 온 둘째 아이를 싣고. 매번 돌아오는 길이면 기어이 쏟고야 마는 눈물도 넘치게 싣고.


오래도록 몸도 마음도 바삐 사는 동안 나의 발이 되어준 내 분신. 발에 잘 맞는 오래된 운동화마냥 편하기 그지없고 든든했던 친구. 나의 투싼.




204043km.  20만 킬로 이상을 나와  함께 달려준 인생친구


14년간 덕분에 나는 살았고,

때문에 너는 고되었겠다.


내가 늙듯 너도 늙는구나.

멈추면 다시 달릴 줄을 모르는 건 너만 그런 건 아니니까.

안전을 이유로 보내는 마음이 마치 오래된 연인. 속 깊던 친구를 떠나보내듯 아리다. 하물며 목은 왜  주책맞게 메고 이 슬픔 무엇.




출근길,

지하주차장엘 들러 한번 더 보고 가겠다는 나를 토닥이며 남편이 위로한다.


걱정 마. 그 마음 일주일 안 간다~~


역시 메마른 그 이름. 남자.




고맙던 14년 지기 친구.

여기저기 내 손 때가 가득 묻고, 나와 함께 어디든 함께 갔던..  너와 나만 아는 추억  참 많다.


잘 가~!
그래도 2주 이상은 그리워할게. 약속해.


역시 촉촉한 그 이름.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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