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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Feb 28. 2019

식물원

서서히 자라 서둘러 죽어가는 식물이 되어

서서히 자라 서둘러 죽어가는 식물이 되어

햇볕이 잊은 창가 구석

그늘에 몸을 담그고 살아요


내 그림자 한 번 보지 못한 채

바람이 던진 볕이 화분 끝을 스치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밤은 공평히 어둠을 흘리고

방안이 모두 잠기면

가장 먼 천장 구석까지 팔을 뻗어봐요


나는 방을 메운 거대한 식물이에요

어제까지 자라 오늘 죽은

식물이었던 무엇.


2018.12.31.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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