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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Sep 29. 2019

말을 잃어버린 여름이었다

꽃이 피기 전에 했던 약속은 계절을 털어내고 손끝의 기억만 남았다

말을 잃어버린 여름이었다

꽃이 피기 전에 했던 약속은 계절을 털어내고

손끝의 기억만 남았다

먼지처럼 두터워지는 습기의 두께를 밟으며

외출 준비가 귀찮아 밍기적대듯 말은 입 안에서만 맴돌았고

겨우 문을 나서도 만나는 사람 없이 헤매다 돌아왔다

잉크가 떨어진 채 필통에 오래 머문 볼펜처럼

겸연쩍은 표정으로 창밖을 보았다

인사의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손을 흔들면

습한 공기 끝에 서늘한 바람이 잡혔다

흔적 없이 하나의 계절이 멀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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