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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Jan 24. 2017

종일 몇 번이나
한숨을 쉬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망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종일 몇 번이나 한숨을 쉬었는지 모르겠다.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걸까. 어젯밤 문득 떠오른 생각은 하루 사이 자책과 후회를 먹고 자라 나만 사라지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 같다는 망상이 되었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도움은커녕 피해만 끼치고 있을 따름이다. 사람이 부담이며 곧 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일수록 나 때문에 고통받는 일이 잦아졌다. 거짓말은 빠르게 자라 베어낼 수조차 없는 거대한 나무가 되었고, 그 그늘로 인해 나를 믿던 사람들이 힘겨워해야 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세운 벽은 다가오는 사람들을 멍들고 지치게 했다. 천성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모든 잘못을 회피하려 했다. 시간이 갈수록 주변 사람들의 고통은 깊어지는데 정작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스스로의 욕심 때문에 사람들의 상처를 헤집어 놓기만 했다.
돈을 벌지 않은 지도 오래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일을 알아보았지만 쉽지 않았다. 찾아간 곳에선 썩 달갑지 않은 표정을 보고 돌아와야 했다. 대부분은 연락조차 오지 않았다. 그동안 쌓아온 무능과 게으름의 대가를 뒤늦게 받는 듯했다. 일을 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무언가를 먹는 일이 죄스럽게 느껴졌다. 언제까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영향이 미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선지 몸은 조금씩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몸무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더니 한 달 만에 6kg이 빠졌다.
무언가를 해결해보겠다고, 조금이라도 내가 한 잘못을 보상하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약속을 어기는 일만 반복되었다. 사실 지키지 못할 약속이란 걸 알고 있었다. 시작부터 죄의식을 덜기 위한 발악에 가까웠으니 잘 될 리 없었다. 미련하게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부모님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사람 모두에게 너무나 미안한 나날이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했다. 그 말이 오히려 다시금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고, 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오늘 문득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라는 어느 영화의 문구가 떠올랐다. 그저 막막하기만 한 장면이었는데, 아아 이런 기분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사라지면 모든 것이 괜찮아질 것 같다. 어쩌면 망상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진 : E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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