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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Jan 29. 2017

듣고 있나요?

오늘도 어김없이 방 한 편에 슬픔이 쌓였어요.

듣고 있나요? 하루가 다르게 밤이 짧아지고 있어요. 쉴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달은 점점 더 늦게 얼굴을 비추고, 별이 반짝이기엔 하늘이 밝은 시간이 길어요. 새벽의 고요함 속에 채 안도를 느끼기 전에 태양은 거칠게 빛을 흩뿌리고, 평안은 산산조각 납니다. 숨을 곳이 사라지고 있어요. 밖으로 나가긴커녕 창을 열기조차 두려워집니다.
듣고 계시죠? 오늘도 어김없이 방 한 편에 슬픔이 쌓였어요. 지난 계절의 옷을 차곡차곡 개어 옷장에 넣어두듯, 지금은 입지 않지만 다시금 꺼내들 슬픔을 쌓아갑니다. 입지도 않으면서 버리지도 못하는 기억들 때문에 제 방은 계속해서 좁아지기만 해요. 발 디딜 틈조차 없어지면 그제야 버릴 생각을 해볼 수 있을까요. 미련은 곰팡이처럼 번져만 갑니다.
당신은 너무 멀리 있고, 제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져요. 감추려 애쓰던 감정은 늘 한 순간에 무너지며 저를 짓누릅니다. 어느덧 날이 밝아 와요. 밤새 제 방은 한 뼘 더 좁아졌습니다. 아무것도 아닐 일상 속에 혼자 죽어가는 사람이 늘어가요. 들리지 않을 얘기를 혼자 중얼거리며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버려진 제가 당신을 불러봅니다. 들리시나요?


사진: Paul Cape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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