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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Feb 19. 2017

누군가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정확히 그 사람과 만나 나누었던 즐거움만큼의 외로움이 남는다.

누군가와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정확히 그 사람과 만나 나누었던 즐거움만큼의 외로움이 남는다. 차곡차곡 쌓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폭발한다. 사람의 온기가 없어 차가워진 방에 홀로 들어설 때면, 집이라는 공간이 그렇게 낯설게 느껴질 수가 없다. 공허함을 허기로 착각한 것인지, 어떻게든 채울 수 있는 것이 배 속밖에 없어서인지, 괜스레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는다. 딱히 힘든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지친 듯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는, 씻고 잘 준비를 한다. 얼굴을 씻으며 무심결에 본 거울 속 내가 처량하게 느껴진다. 아침에 일어날 걸 생각하면 지금도 자기엔 늦은 시각이지만, 이대로 잠들기엔 무언가 서운하다. 다시 냉장고를 열어 맥주 한 캔을 꺼내 컴퓨터 앞에 앉는다. 보나 마나 한 인터넷 기사를 읽으며 가볍게 놀라거나 웃고, 화를 내기도 한다. SNS에 사람들이 올린 글을 읽고 댓글을 단다. ‘좋아요’를 몇 번 클릭하다 문득 대체 뭐가 좋은 거지, 의문이 든다. 습관처럼 틀어놓았던 음악은 괜히 기분만 더 우울하게 한다. 컴퓨터를 끄고 방의 불까지 끈 뒤 자리에 눕는다. 바뀌었을 리 없는 휴대전화 알람을 확인하고, 하루 동안 주고받았던 메시지를 다시 읽어본다. 오늘 만난 사람과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며 하지 말았어야 했던 말,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생각하다가 그땐 이런 말을 했어야 했는데, 하며 뒤늦은 센스를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러다 잠이 들며 또 하루가 간다. 혼자 맞이하는 하루의 끝은 언제나 외로움을 달래려는, 그래서 더 외로워지는 행위의 반복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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