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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Feb 09. 2017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끝내야 하는 걸 알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조금의 관심도 없다는 걸. 끝내야 하는 걸 알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미련하게도 전 아무것도 모르는 척 당신 곁을 맴돌았습니다. 허나 아무리 애써도 당신에게 전 돌아볼 가치도 없는 고작 그 정도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어설픈 만남과 연락이 반복될수록, 전 그저 불편한 사람이라는 것이 명확해질 따름입니다. 진심은 통하는 법이라고, 그렇게 무책임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요. 전해지지 않은 건 진심이 아닌 건가요. 버려진 마음을 주워본 사람은 압니다. 마음의 무게는 서로 같지 않다는 걸. 진심이야말로 가장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는 걸. 한 번 버려진 마음은 주워도 담을 수 없어 하릴없이 빈 가슴으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걸.
조금 있으면 얼굴을 보는 것도, 목소리를 듣거나 짧은 연락을 주고받는 것조차 못하게 되겠죠. 지금 제가 슬픈 건 그럼에도 꽤 오랜 시간 당신을 잊지 못할 거란 걸 아는 까닭입니다. 마지막으로 보게 될 당신의 모습이 부디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볼 저의 마지막 모습과, 저를 향한 당신의 감정이 그리 나쁘진 않기를 바랍니다. 아프지 말고,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그리고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누군가 하루빨리 나타나 서로의 곁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아주 가끔은, 살아갈 수많은 날 중 한 번쯤은 제 생각이 나기를, 아 그런 사람이 있었지, 하고 이름이나마 떠올려 보는 날이 있기를 소원합니다. 안녕, 그동안 참 고맙고 고마웠습니다.


사진: Porsche Bross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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