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는데 문득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작은 소리에도 놀라 밤새 잠을 뒤척인 날이었어. 아침에 일어났는데 문득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간단히 준비를 하고 나와 무작정 걸었어. 사람으로 북적이는 길을 다녔는데 누구 한 명과도 눈이 마주치지 않았어. 시간이 가는 것도, 힘든 것도 모르고 걷다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어. 간단히 샤워를 한 뒤 침대에 누웠는데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오르더라. 참 신기하지. 먹은 것도 없이 몇 시간을 걷기만 했는데 배가 고프지 않다니. 허기를 느끼지 않으니 굳이 뭘 먹으려 하지도 않았던 거야. 침대에 누워서도 마찬가지였어. 딱히 무언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 다시 일어나 뭔가를 차려 먹는다는 게 귀찮기도 했고. 멀뚱히 천장만 보며 누워 있었어. 이대로 잘까도 생각해 봤지만 이상할 정도로 잠은 오지 않더라.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문득 몇 신지 궁금했어.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니 침대에 누운 지 세 시간이 지났더라. 이해할 수 없었어. 세 시간이라니. 그동안 내가 한 거라곤 천장을 바라본 것뿐이었어. 텅 빈 천장으로 세 시간이 채워진 거야. 길어야 삼십 분쯤 지난 것 같은데. 나도 모르는 사이 잠이라도 들었던 걸까. 너무 지친 나머지 잠이 들고 깬 것도 느끼지 못한 걸까. 모르겠어. 난 분명 잠이 들었던 기억이 없는데. 피곤하지도 않았고. 누운 시각을 착각한 것도 아닌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어찌 보면 별것도 아닌 일로 한참을 고민했어.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조금 전보다 더 긴 시간을 보낸 거야. 그러다 또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천장을 바라보다 사라진 세 시간과, 별 것 아닌 일을 고민하느라 지나간 몇 시간처럼, 허무하고 빠르게 사라져 버리는 것이 인간이구나. 한 사람의 죽음을 떠올리다 보면 또 다른 누가 죽고, 그렇게 모두가 죽고 나면 죽은 사람을 기억해 줄 누군가도 없어지는 거구나 싶었어. 꼭 마지막이 아니더라도, 어떤 이들은 알아주는 사람조차 없이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겠지. 너무 조용하고 외롭게 죽어서 스스로가 죽었는지도 모르게. 그래.
지금 내가 그렇듯이.
사진: Lauren Mitch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