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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Jan 19. 2017

당신은 하루가 멀다 하고누군가에게 사랑을 말했습니다.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 또 깊어만 갑니다.

당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말했습니다. 전 평생 단 한 번도 사랑은커녕 좋아한다거나 보고 싶다는 말조차 해본 적 없습니다. 그렇다고 당신의 사랑이 가벼운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제가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거나 보고 싶어 하지 않은 것 또한 아닙니다. 당신은 수시로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이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전 제가 사랑한 사람의 이야기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당신은 많은 사람을 말했고, 전 한 사람을 오래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홀로 맞이하는 밤을 끔찍이도 싫어했습니다. 당신은 누구든 곁에 있어야만 잠이 들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저 역시 홀로 맞이하는 밤이 끔찍이도 싫었습니다. 그럼에도 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전화기만 만지작거리며 뜬 눈으로 새벽을 맞이하곤 했습니다. 새벽이 외로운 이유는 누군가에게 쉽게 연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에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건 서로를 진정 가까이 생각하는 사람들뿐입니다. 그런 까닭인지 새벽만 되면 입에 맴도는 이름이 있습니다. 내가 진정 가까이하고 싶은 그 사람의 이름이 문득 떠올라 새벽은 더 길게만 느껴집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 시간 가장 외로운 건 누군가의 이름이 맴돌면서도 차마 연락을 하지 못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맴도는 이름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그리워할 대상조차 없는 건 답이 없는 문제에 부딪히는 것과 같습니다. 전하지 못하는 마음보다 더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건 대상이 없는 그리움, 떠오르는 사람조차 없는 온전한 외로움입니다. 지금도 누군가의 곁에서 잠들어있을 당신을 생각하면서, 전 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제 평생 단 한 명이나마 사랑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고맙고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아침이 오면 당신에게 어떤 문자를 보낼까 고민하며,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 또 깊어만 갑니다.

사진 : Iberian Prot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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