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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Apr 09. 2017

당신과 나누었던 말들이 되살아나 머릿속을 기어 다녀.

반복되는 테이프를 끊고 싶어.

당신과 나누었던 말들이 되살아나 머릿속을 기어 다녀. 잠이 오지 않아. 계속해서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지금은 할 수 없는 말, 당신이나 나나 그때였기에 할 수 있던 말. 보잘것없고 잔인한 영화를 보는 것 같아. 다른 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데 주고받았던 말만 또렷하게 기억나.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그땐 그게 진심이었을까. 지나고 나면 말은 늘 후회와 상처로 남아. 내가 했던 말을 되짚어보며 당신이 어떤 심정이었을까 생각해. 어쩌면 지금의 난 그때의 당신 같아. 그때 당신이 받았던 상처가 고스란히 지금 내게 전해져. 어리석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미래의 자신에게 상처를 남겨. 이런 순간마저 그때 당신이 아닌 지금 내가 받는 상처를 생각하는 난, 여전히 어리석고 자기중심적이야. 당신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깨달아. 이해할 수 없던 말을 이해하게 될 때 사람은 자신을 부정하고 싶을 만큼 지독한 자괴심에 빠져. 그때의 나를 지워버리고 싶어. 당신은 여전히 저 멀리 서있어. 이런 나를 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이다 지쳐 뒤돌아 가. 언제 잠이 들었을까. 난 꿈에서 깬 뒤에도 그날의 대화를 되돌리고 있어. 반복되는 테이프를 끊고 싶어.


사진: helouk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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