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살 에피소드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어 비굴하게 구는 것 같은 모습을 본 뒤 마음이 안 좋아졌던 적이 있다. 왜 그렇게 구냐며 혼내기엔 짠하고, 그냥 혼자 놀면 되지 않냐고 다그치기엔 아이의 마음을 몰라주는 거 같고, 너네 그러면 안된다고 그 아이들을 혼내기엔 아이들의 세계에서 너무 꼰대같이 구는 거 같기도 하고, 아이가 스스로 이겨내게 두어야 하는 건가 싶어서 마음만 복잡해진 채 어떤 행동도 뚜렷이 취하지 못했는데 다른 일로 인해 상황이 종료됐었다.
결국 나중이 되어 아이에게 꼭 그렇게 까지 하면서 같이 놀아야 하냐고, 그냥 같이 안 놀면 되지 않냐고 괜히 아이를 다그치던 중, 아이는 소리치듯 말했다. ‘I have my mind, too!’ 나도 생각이 있어!라고 외치는 듯한 아이의 말에 난 생각지도 못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 아이들이 시켜서만이 아니라 자기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한 거란 듯한 말로 들렸고, 난 ‘그럼 됐다. 네가 생각해서 한 거라면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이가 그렇게 말해 줌에 감사했다.
내 아이를 다른 모든 아이들이 좋아해 줄 거라는 것은 크나큰 착각이고, 그런 기대를 갖는 것조차 매우 비현실 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지만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모든 상황들과 아이들로부터 구해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어느 순간부턴 아이도 내가 그렇게 개입하는 걸 바라지도 않을 거라는 것도.
무엇이 옳은 지가 결결이 흐려지고, 의도적으로 흐려놓는 이 세상에서, 아이가 하는 ‘생각’이라는 것이 우리가 믿고 있는 진리에 기초하는 강단 있는 어른이 되길 소망한다. 저 앞에서 밝게 길을 밝혀주며 나만 따라오면 된다는 등대 같은 엄마는 못 될 지라도 혼돈 속에 밀려 밀려 떠내려왔을 때 가만히 앉아 숨을 고르며 쉬어갈 수 있는 바위 같은 엄마는 꼭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