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가는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요 맘 때다.
출근길엔 두꺼운 재킷을 걸쳐 입지만 퇴근길엔 겉 옷을 벗고 긴소매를 걷어 올려야 할 때도 있다.
아침엔 따뜻한 커피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고 , 점심때가 되면 아이스커피가 아쉽다.
바깥에도 그 흔적들은 가득하다.
한 명은 반바지, 또 한 명은 코트를 입은 커플의 옷차림에서도.
겨울에 떨어진 낙엽들이 수북한 사이로 고개를 내밀며 피어난 보라색 꽃들에서도.
양지쪽 흐드러지게 분홍 꽃을 피운 나무와 길 거너 음지 쪽 인제야 꽃망울을 맺고 있는 나무에서도.
똑같은 장면이라도 환한 빛을 머금고 따뜻하게 달궈진 공기가 더해지면 조금은 설레고 나릇한 기분이
된다. 하지만 그만큼, 그렇게 한쪽이 더 밝아지는 만큼, 그동안 묻혀 지내던 자신의 어두움이 한층 더 부각되는 거 같아서, 나만 빼고 다 봄이 오는 거 같아서 더 움츠러드는 마음을 갖게 될 까봐 걱정되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양지와 음지를 넘나드니까) 그래서 마음이 부풀고, 그래서 마음이 아린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