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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 Dec 24. 2021

된소리 증후군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된소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많이 좋아하지 않아 된소리가 되풀이되는 단어들을 말하는 것을 피하는 편이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어렸을  된소리가 들어간 단어들을  말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가장 난감했던 경우는 중식 메뉴  먹고 싶은 것을 고를 때였다. 짜장면까진 그래도 괜찮았는데, 짬뽕을 말하는  너무 힘들었다 (쓰는 지금도 손가락이 살짝 오므라든다). 짬뽕이 먹고 싶은 순간에도 말하지 못하고 짜장면을 시키곤 했다. 점점 꾀가 생겨 어쩔  일부러 순서를 미루고 있다 누군가 짬뽕을 시키면, ‘나도 그거 먹을래하고 얹혀가며 원하는  쟁취하기도 했다. 짜장 라면의 양대 산맥이었던 짜파게티 ‘짜짜로니중에서 짜파게티를  좋아했던  어떤 다른 이유도 아닌 바로 된소리 음절 수 차이 때문이다.


커서도 이런 양상은 계속되었다. 달라진 것은 어렸을  나만 그런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거라 여겼는데 그렇지 않다는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됐을까 곰곰이 생각도  봤지만 딱히 생각나는 계기는 없었다. 모두에게 선호하는 소리와 선호하지 않는 소리가 있듯 된소리 발음은 나에게 선호되지 않는 소리이고 내가 굳이 그런 소리들을 내고 싶지 정도의 결론이 적당할까? 이유야 어찌 됐든 삶에 미미한 불편을 가져오긴 한다.


이미 알만한 사람들을  알겠지만 미국에서는 한국같이 머리를 잘하는 미용실을 찾기 힘들다. 그래서 잘하는 곳을 발견하게 되면 우리는 미용실 정보를 공유한다. 그래서 알게  미용실, 정말 잘하는 곳이었다는 것이 오히려 애석할 정도로 나에게 최상의 난이도 된소리 발음을 선사한  미용실의 이름은 바로 ‘까까 뽀까’. 대학교 4, 대학원 4  8년을 거쳐 다니면서도  번도 제대로 이름을 말해  적이 없는 그곳. 지인들이 ‘머리 했네? 어디서 했어물을 때마다 ‘, 거기 있잖아…  한인 타운에 일층엔 식당들 있고 이층에 있는…’ 이라며 이름이 아닌 위치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그곳. 지금은 다른 미용실을 발견하게 돼서 다행이다.


언어를 배울 때도 된소리 증후군은 불편하다. 미국에서는 영어만큼 많이 쓰이는 스페니쉬를 배울 때도 자꾸만 혼자 오그라드는 통에 쉽지 않았다. ‘, , , 발음이 많은 스페니쉬에도 최상의 난이도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께빠싸 (que pasa)’ 영어로 ‘what’s up’ 이란 표현으로 대체될 만큼 인사치레로도 많이 쓰이는  ‘께빠싸 사용했을  뭔가 스페니쉬를 한층  잘 아는 듯한 인상을   있음에도 불구하고   쓰게 된다. 간혹  경우 얼굴을 붉히며 나도 모르게 개미 소리로 말하게 되면서 오리려  질문을 받아야 하는 사람의 입장이  버리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나의 스페니쉬 실력이 항상 거기서 거기인 까닭은   때문인가? 그럴 리가.


좋은 점도 하나 있다. 자연스럽게 욕을  한다는 것이다. 많은 욕들이 강한 된소리가 섞여 있기에 안 하는 것이 나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다 괜스레 아는 욕들을 읊어보며 얼굴이 붉어지는 분들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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