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결혼한 후 우리 집에 다녀가실 때마다 꼭 해주시는 것이 있다.
통마늘을 잔뜩 사 오셔서는 알알이 쪼개 물에 불리고 껍질을 벗겨 다져낸 마늘을 지퍼락에 넣어 편편한 네모 모양으로 만든 뒤 냉동실에 채워주시고 가신다. 요리를 자주 안 하던 결혼 초반에는 그 고마움을 몰랐다. 아이를 갖게 되고, 아이들을 위해서 요리를 더 할 수밖에 없게 된 후로는, 엄마가 해 주고 가신 이 다진 마늘의 편리함을 점점 알게 되었다. 요리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진 지금은 마늘을 다져 넣는 것이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나의 그 작은 수고마저 덜어주고 싶으셨던 엄마의 마음마저 느낄 수 있다. 이미 준비되어 있는 네모 모양의 다진 마늘을 꺼내 필요한 양만큼만 똑 떼어 조리하고 있던 음식에 투하할 때면 ‘마늘 한 스푼, 엄마 사랑 한 스푼’ 이런 문구가 떠올라 ‘너무 상투적인 표현 아냐’ 하고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가슴 한편이 뭉클하다.
어제는 처음으로 혼자 다진 마늘 네모를 만들었다. 엄마의 네모가 아직 조금 남았지만 다 써버리기가 왠지 아쉬워, 마트에서 통에 담긴 깐 마늘을 사 왔었는데 날이 더워지니 금방 상할 거 같아 냉동 보관용 다진 마늘 네모를 만든 것이다. 이미 누군가가 까놓은 마늘로 시작했기에 일은 훨씬 간단하고 빨랐지만, 준비하는 동안 ‘여보~ 마늘 까자’ 하고 아빠를 부르던 엄마 목소리도 맴돌고 두 분이 모여 앉아 마늘 까시던 모습도 생각났다. 다행이다. 근사한 요리나 집밥이 아닌, 다진 마늘 하나에도 두 분의 사랑을 떠올릴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