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마지막 날 밤이다. 숙소를 옮겨 지난번 여행 때 꼭 다시 와야지 다짐했던 곳으로 왔다. 기억했던 것보다 작은 느낌이었는데 밀물과 썰물 때문일까. 그래도, 여전히 좋았다. 모래 해변이 아닌 돌 해변인데 그래서 더 좋아했던 곳이다. 모래를 쓸고 내려가는 파도 소리와 돌들을 쓸고 내려가는 파도 소리가 다르다고 느낀다면 과장일까. 돌들이 구르며 자기들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같이 들리는 거 같아 그 소리가 너무 좋다.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깎여 각자 다른 모양새와 색깔로 자리 잡은 돌들을 살펴보는 것도 별미다.
새로 옮긴 숙소도 마음에 든다. 확실한 콘셉트가 있고 곳곳에 꽃들이 있다. 샐리라는 엄청 큰 개도 있다. 이런 공간을 운영한다면 당연히 힘든 점들이 있겠지만 자부심 또한 클 거 같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엔 하루만 지내기로 한 것이 잘한 거 같긴 하지만 (방음이 잘 안 된다). 민폐를 끼치게 될까 봐 아이들에게 계속 조심시키게 된다면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다지 즐겁지 않은 여행이 될 테니.
언니는 코가 타서 빨갛다며 울상을 지었다. 언니 코가 높아 코만 탄 거 같다며 위로해줬다. 나랑 아이들은 그냥 다 탔다며.
너무 욕심을 부려 일정을 잡지 않으면 아이들과도 즐겁고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다. 갈 수 있는 곳도 할 수 있는 일도 적은 편이고 쉬어가는 시간도 많이 필요하지만 미리 감안하고 마음을 내려놓으면 한결 만족스럽고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다. 예전엔 여기까지 왔으니 그래도 이건 해보아야지 하는 욕심을 부리던 때가 있었는데 많은 경우 그건 내 욕심이었고 아이들의 마음은 나와 다른 때가 많았다. 아이들도 재미없었고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나도 속상해지곤 했다. 아이들은 의외의 것들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재밌어한다. 때로는 그저 새로운 곳에 데려오는 것만으로도 나의 할 일을 다 한 셈일 때도 있다는 걸 깨닫는다.
내일은 다시 들려보고 싶던 로컬 서점을 들린 뒤 집으로 돌아간다. 사실 개인적으론 오늘 들린 해변과 서점을 위해 다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기대된다. 언니도 아이들도 부디 나처럼 즐거웠길.
아, 은이가 읽는 책에 나오는 캐릭터의 이름이 Mckenzie인데 발음이 어려운지 자꾸 Magazine이라고 한다. 큭, 귀여운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