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1

by 오롯

무사히 도착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생각보다 엄한 곳에 숙소가 있었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긴 시간 잘 버텨주었고, 생각보다 숙소를 좋아했다. 그럼 됐지.


도착하기 한 시간 정도 남았을 무렵, 은이는 애착 인형을 빠뜨리고 온 것을 깨닫고 울음을 터뜨렸지만 대신 잘 때 내 손을 꼭 잡고 자기로 약속 한 뒤 울음을 그쳤다.

아, 그러고 보니 더 큰일이 있었구나. 트렁크에 남편이 실어 둔 짐들을 옮긴다며 트렁크 위로 올라갔다가는 (나의 키는 매우 자그맣다) 뒤돌아 내려오다 어떤 영문인지 그대로 벌러덩 자빠졌다. 바로 벌떡 일어났고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떤 포즈로 떨어졌었는지조차 기억이 안 나지만 발뒤꿈치를 찧었는지 멍이 들었다. 걸을 때마다 조금 아프지만 그만한 게 참 다행이다. 하마터면 여행 직전에 트렁크에서 떨어져서 출발도 못 할 뻔했다.


숙소에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다. 이 사람들은 다 어디서 왔고 왜 온 걸까. 우리처럼 놀러 온 걸까. 중요한 볼일이 있어 온 걸까. 난 딱히 호기심이 많은 편은 아닌데 이런 것들은 궁금해하는 편이고 혼자 상상해보는 것도 좋아한다. 절대 참견하는 건 아니지만, 들려오는 말이나 표정들을 보며 이런저런 시나리오들을 상상해보곤 한다. 써놓고 보니 나 좀 무례한 사람인가.


저녁을 먹으러 중심가로 나갔는데 한 골목에서 어떤 홈리스 청년이 너무나도 정중한 목소리로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have a good night이라며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단이는 그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하더니 웬일로 직접 돈을 건네주러 갔고, 그 사람이 thank you라고 하자 you’re welcome, bye 하고 돌아왔다. 그러자 그 사람은 have a good night이라고 다시 한번 말했다. 그들의 대화는 어딘가 상황과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서로에게 격식을 갖추고 있었고 다정하기까지 했기에 어쩐지 웃음이 나면서도 조금은 애잔했다. 다리 수술을 받아 홈리스가 되었다는 그 청년이 빨리 회복되어 점잖은 목소리를 뽐내며 원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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