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

by 오롯

우리 집 부엌 싱크대 앞 창문틀 밑에는 거미가 산다. 내가 아침에 처음으로 싱크대 앞에 설 때만, 그러니까 하루 중 딱 한 번만 만날 수 있기에 우리는 만날 때마다 서로를 놀라게 한다. 나도 흠칫 놀라고, 거미도 ‘앗, 깜짝이야’를 있는 힘껏 몸으로 외치며 달아난다. 그는 바닥을 기어 달아나는 것이 아니고, 창문틀 밑과 베이킹 소다 통 사이에 자신이 이어놓은 줄을 타고 찍- 달아난다. 베이킹 소다 통에서 창문 쪽으로. 매번 똑같은 모양새로, 매번 똑같은 경로로. 평소 벌레라면 치를 떠는 내가 이상하게 거미한텐 관대한 편인데, 심지어 이 거미에겐 이상하게 친근함마저 느낀다. 매일매일 서로를 놀래키면서도 잊어버리고, 그다음 날이면 다시 놀래는 사이가 우스우면서도 정이 쌓였다고 해야 하나. 안녕, 거미 씨. 항상 그 자리에서 나의 베이킹 소다 통 씨를 향해 집을 짓는 이유가 뭐야. 물도 많이 튈 테고, 내가 언제 그 통을 확 집어 들지도 모르잖아. 내가 모르는 척해 주는 동안 어서 다른 곳에 이사 가는 것이 더 오래 사는 일일 텐데 말이야. 아마도 머잖아 무의식적으로 베이킹 소다 통을 확 들어 올린 후 ‘아 맞다, 거미’ 하는 순간이 오기 전까진 우리는 계속 서로를 놀라게 하겠지.


동생 커플이 집에 다녀갔다. 방문 중인 언니도 만날 겸 해서. 동생 커플은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 본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결혼식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하면 아빠가 좀 섭섭하실 거 같아’라는 마음이 들면서 나중에 동생에게 따로 귀띔해주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이내 말았다. 아빠가 초반에 많이 반대하셨던 결혼이었지만 귓등으로도 안 듣고 물러서지 않아 속이란 속은 다 썩였던 내가 아니던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결혼 관례들을 어정쩡하게 따르느라 엄청나게 스트레스받고 결국 그런 모습을 후회했던 내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제 와서 내 결혼식도 아닌 동생 결혼식이 이왕이면 엄마 아빠가 좋아하실 결혼식의 모습이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나의 마음은 무언가 모순적인 거 같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함께 헤쳐가야 할 긴 여정의 첫걸음부터 남을 의식해서 준비하길 바라지 않는다. 설령 그것이 그들을 사랑하는 가족일지라도. 난 축복만 해줘야지.


오늘의 사랑은, 저녁 식사 후 동생 커플과 함께 나간 산책길. 돌아오는 길 아지랑이처럼 반짝 거리며 날아오르던 반딧불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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