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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 Jan 08. 2023

2023년 1월의 나에게

나도 알아, 조금은 오글거린 다는 거.

하지만 축하해 주고 싶어. 10년 동안 기다려온 일이 이루어진 것을 진심으로 축하해.

그 시간 동안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며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버티느라, 너무 자주 투덜거리고 울어버렸지만 그래도 기다리는 동안 있는 자리에서 성실하게 일하느라 수고 많았어.

정말 기쁜 일이 자나. 그저 기쁘다는 말로 표현하기엔 너무 부족해서 이런저런 말들로 다르게 적었다가도 결국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해 ‘기쁜’ 일이라고 쓸 수밖에 없을지언정.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가 행여라도 내가 느끼는 온전한 기쁨보다 조금이라도 시들한 반응을 보이면 이게 도대체 얼마나 기쁘고 대단한 일인지 자꾸 설명하려 들 거 같아서, 그러다 나의 벅차오른 마음이 조금이라도 김새 버리게 될까 봐 두려워 주변 사람들에겐 오히려 말을 아끼게 될 만큼.

하지만 움추러든 마음으로 기다린 시간이 길어서였을까. 정말 이루어지는 날이 온다면 한낮에 거리로 뛰쳐나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춤이라도 출 수 있을 거 같다는 상상을 했었는데, 막상 그날이 오니 제대로 맘 껏 기뻐하지도, 제대로 축하하지도 못했던 거 같아. 심지어 아직도 안 이루어진 거 같이 나도 모르게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마음으로 돌아가는 날들도 있잖아.

그래서 말인데, 잘한 거 같아. 남사스럽긴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에게 축하의 글을 남기는 것도, 나를 위한 축하카드를 사는 작은 사치를 부려보는 것도. 잘 보이는 벽에 붙여놓고 기억할 거야. 나에게 일어난 이 기적을. 그것이 나만의 노력으로 된 일은 더더욱 아니었음을 기억하면서,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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