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학교의 마지막 수업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 질문 수업

by 오로보이

지구의 북쪽 끝, 빙하와 태풍 사이에 떠 있는 작은 섬에 ‘펭귄 학교’가 있었다.
이 학교는 한 가지 규칙이 있었다.
모두 같은 속도로 걷는다.


아이들은 걸음 속도를 측정당했고, 선생님은 '속도 평균'을 칠판에 썼다.
"우리는 모두 평균적인 펭귄이 되어야 합니다."


펭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줄을 맞췄다.
왜냐면, 평균보다 빠르면 무리에서 튀고
느리면 바다표범한테 잡아먹힐 것 같았으니까.


펭귄들의 수업은 이랬다.
수학 시간엔 '미끄러운 얼음의 각도'를 계산했고
국어 시간엔 '물개에게 도망가는 동사'를 외웠다.
미술 시간엔 '검은색만으로 감정을 표현하기'가 나왔고,
체육 시간엔 '누가 가장 질서정연하게 미끄러지는가'를 평가받았다.


모두가 조용히, 눈치껏, 튀지 않게 살았다.
그래야 어른들이 "참 잘 자랐구나"라고 칭찬해주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수업 중에
한 펭귄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우리는 왜 매일 같은 방향으로만 걸어요?"


순간 교실이 얼어붙었다.
선생님은 멈칫했다.
그 질문은… 교과서에 없었다.
마침표도 없고, 정답도 없고, 발표 점수도 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
교실의 공기 속에서 ‘빙하가 살짝 녹는 소리’가 났다.
다른 펭귄들의 눈동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질문이, 다들 마음속 어딘가에 숨어있던 얼어붙은 무언가를 녹인 거였다.


그날 이후, 펭귄 학교엔 변화가 생겼다.

질문 시간이라는 게 생겼다.


수업이 끝나면 모두 돌아가면서 아무 질문이나 해도 됐다.
"왜 물은 투명한가요?"
"검은색과 흰색 사이에 진짜 회색은 없나요?"
"나는 내 속도를 어떻게 알 수 있죠?"


그 질문들은 처음엔 모두를 당황시켰지만,
곧, 교실을 따뜻하게 데웠다.


그리고 놀랍게도, 펭귄들은 ‘생각’이라는 걸 하기 시작했다.
‘지시’ 대신 ‘탐색’,
‘정답’ 대신 ‘느낌’,
‘복사’ 대신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몇 년 뒤, 그 펭귄들은 얼음이 아닌 물 위에 학교를 세웠다.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는 학교.
그리고 이렇게 썼다.

우리는 질문으로 걷는다.
질서란, 감히 틀릴 수 있는 용기에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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