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잠시 가을이 온 듯하더니 이내 초겨울로 껑충 뛰어넘어버렸다.
늘 정직하다고 여겼던 계절의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에서도 변동은 조금씩 일어나나 보다.
덥고 뜨거웠던 여름을 지나, 선선한 가을바람을 살짝 느끼고 어깨를 한껏 움츠리게 되는 겨울로 향하는 길목. 제법 많이 정리된 감정들이 있다. 소중한 걸 무시하지 않고 소중해할 줄 아는 마음, 내게 좋고 나쁨을 스스로 거를 줄 아는 마음을 갖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머리로는 알고 있음에도 가끔은 감정이 머리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런 양립된 상황에 처할 때면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은 자책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쩐 일인지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고 있다.
그렇게 두기로 했다. 머리랑 마음이 싸워 누가 이기는지, 따라오지 못하는 감정들을 보채봤자 머릿속만 더 시끄러워질 뿐이니깐.
때로는 '난 왜 이렇게 멍청한 건가?'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뜨거웠던 순간들 덕에 조금은 성숙해지기도 했다. (-라고 생각한다. -라고 느낀다.)
아무리 바보 같은 짓이라도 조금은, 아주 조금은 어떤 조각들로 내게 남았을 것이다. 그 조각은 조용히 내 안 속 어딘가를 떠다니다가 필요한 순간에 '뿅' 하고 나타나 긍정의 힘을 보내줄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손해 보는 일도 아니었고, 그렇게 날 미워할 일도 아니었음을.
오래 간직하고, 기억하고 싶은 추억들은 아니겠지만... 그때의 그 시간들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을 테니.
그 시간이 있었음에 나를 한 번 더 생각해 볼 가치 있는 경험이 되었으니.
모든 건 이제 이쯤에서, 완벽하게 더위가 물러간 지금 마침표를 찍는 게 맞다.
그럴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