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나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것들을 놓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글쓰기를 잠시 뒤로 하고, 눈앞에 닥친 급급한 일들을 일주일 이상 굶은 짐승처럼 해치웠다.
해치우고 있는 일들 역시 필요한 것들이었지만, 나에게 해방감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허겁지겁 입속으로 욱여넣고 뒤를 돌아봤을 때는 사실, 조금 버거웠다.
어리석게 서두르느라 소중한 것도, 해야 마땅했던 것들까지 해소하지 못하고 어딘가에 던져둔 채로 먼지 가득 쌓여버린 기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엉켜버린 실타래의 시작점은 어디인지 보이지 않았다. 또 그렇게 멍하게 일주일을 멍청하게 흘려버렸다. 가능한 머리는 쓰지 않는 일들 위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럼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일주일치의 먼지만 더 쌓였을 뿐. 그냥 끄적일 용기, 마주하는 용기, 마주할 마음을 먹는 용기. 작은 것 하나에도 마음의 품이 들었다. 언제까지 흐린 눈 하고 외면할 수만도 없는 노릇. 시간은 흐른다. 나의 노화도 막지 못한다. 막을 수 없는 것들을 막지도 못하면서 막아야 한다는 쓸데없는 마음만 먹는 그 마음이 너무 어이가 없다. 네비에 내가 가야 할 목적지를 찍고 가도 변수가 생기는 길인데, 그 길 위에서 나는 네비조차 찍지 못하는 순간이 종종 온다. 잘 가는가 싶다가도 삐끗하는 마음들이 밉다. 명확한 것이 좋은데 명확하지 못하는 상황들이 싫다. 그럼 싫은 것들을 나열해 보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는 다짐. 종이 위에 적히는 건 속없이 좋아하는 것들 투성이. 어디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다. 하고 싶은 게 많은 것도 SNS에 노출되는 탓이라고. 남들이 하는 좋은 모습들만 보다 보니 저것도 하고 싶고, 이것도 하고 싶어지는 거라고. 그 글은 조금 기가 막혔다. 아닌가, 기가 막힌 게 아니고 긁힌 건가?
그만두고 싶은 관계, 가고 싶지 않은 공간들, 마주하고 싶지 않은 상황들, 외면하고 싶은 감정들. 삭제해버리고 싶은 장면들. 편집하고 싶은 시간들. 모든 것들로부터 멀어지고 멀어지고 멀어지고 멀어져서 아주 작은 점 하나가 되어버리는 일. 그게 내가 바라는 일인가. 정말 그런가? 그게 맞나............
(연재를 잠시 쉬는 동안 내 안에 조금이라도 달라진 것들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비슷한 글들. 고민했다. 거기서 거기인 이런 문장들을 올려야 하나, 기록해야 하나, 남겨야 하나.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알 것 같은 답을 골라 올린다. 전에도 지금도 다 내 안에서 나온 어떤 것들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