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일 수요일.
_해가 바뀌었다. 별 감흥은 없었다. 평소 일어나던 시간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고, 뉴스는 여전히 슬펐다.
나의 일상은 어제와 똑같았고, 마음 역시 똑같았다. 텔레비전 화면으로 나오는 뉴스를 보고 있으면 슬펐다가 내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해졌다. 이제 시작인 새해의 시간은 자꾸 줄고 있었다. 날짜는 시험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으며 진짜 웃기게도 계획은 그냥 계획으로 남았다.
2025년 1월 6일 월요일.
_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에곤실레가 어둡고 빈곤한 인간의 누드만 그리다가 중산층 여자와 결혼하며 그림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거다. 여성의 모발도 풍성해지고, 몸도 풍만해지고. 무엇보다 그림 속 여성들의 눈동자에 생기가 표현되기 시작했다. 한 사람 곁에 어떤 사람이 머무느냐가 중요한지를 또 한 번 깨달았던 작품 감상. 그 말은 다르게 말하면 사람은 언제든 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2025년 1월 30일 목요일.
_긴긴 연휴의 마지막 날인 오늘. 씻다가 급 든 생각.
진짜 사람이 언제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데 그냥 항시 즐거웁게, 매일을 꽉 채워서 살자!
공부를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후회 없이 열정적으로 딱! 공부에 집중하고, 공부하고 있는 나 자신에 집중하고!! 뭐가 아닌 지금의 '나'도 그냥 '나'인 채로 세상에 당당하고!!! 젊게 사는 거랑 어리게 사는 건 다르다. 변해야 한다는 걸 인지했으면 레벨업 하자.
2025년 2월 20일 목요일.
_사느데 있어서 어느 하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일상 속 소소한 것까지 짐처럼, 사치처럼. 심지어 가끔은 죄스럽게까지 느껴지고는 한다. 그러지 않고 싶다. 오늘 누린 소소한 행복은 그냥 그대로 그만큼 충분히 느끼고 싶다. 그 옆에 꾸역꾸역 다른 감정까지 데려와 살을 붙이고 싶지는 않다.
2025년 2월 25일 화요일.
_마음을 너무 무겁게 먹지 않아야 용기가 생긴다. 그건 용기가 아니라 힘이 생긴다고 하는 게 맞는 것도 같다. 잘 써야 한다는 강박, 누군가가 보고 욕은 하지 않게 써야 한다는 생각이 가득해서 한 글자도 적지 못했었다. 가볍게, 가볍게. 더 더 한없이 더 더 가벼워지자고 다짐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겨우 써두었던 에세이인지 시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 글 한 편을 발행했다. 막 써보자.
_4월이다. 시간은 성실히도 앞으로 앞으로 흘러만 갔다.
누군가 내게 불행하냐고 묻는다면 '아니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누군가 내게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역시, '아니요'라고 답할 것이다.
불행도 행복도 아닌. 야속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나는 불행이 아닌 답답함, 안타까움, 약간의 슬픔, 조급함. 그런 급한 단어들 속에서 흔들리기도 하고, 흔들리지 않기도 하고 있다. 비교 대상이 있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나'의 문제다. '~인 사람', '~하는 사람'이 하루빨리 되고 싶어서. 내 이름 석자 앞에 붙는 무언가를 얻고 싶어서. 그런 급한 마음에서 오는 약간의 슬픔과 좌절감이다. 나 무얼 하며 살았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인지가 분명하지 않아서. 그런 식으로 나이만 먹고 있는 것 같아서... 봄이 오고 있는 지금, 서글픈 뿐이다. 어제를 지나왔고 방금 전에도 1초가 지났다. 마음이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고쳐 먹을 수 있는 마음. 새롭게 무언가를 해볼 마음. 굳은 결심을 놓지 않을 마음.
부디 오늘 내가 먹은 마음이 나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 주기를 바라본다.
2025년 4월 2일 수요일.
_눈을 떴다. 복싱을 하러 갔다. 내내 명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들과 생각들로 가득 차있다.
복싱이 잠시 주춤한다.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재미가 없다. 삶이 균형을 잃으니 좋아하던 게 싫어진다. 여러모로 악순환이다. 봄에 봄이 오지 않아서, 제때 이루어진 게 없어서 갑갑한 요즘.
운동을 하는데도 버겁다. 힘에 부친다. 자꾸 '4월인데... 4월인데...'만 하고 있다.
2025년 4월 25일 금요일.
_도대체 나는 언제쯤 사전에서 정의하는 '어른'이 될까?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잘 구분하고 뱉어야 할 때와 침묵을 지켜야 할 때를 잘 아는 그런 어른. 오늘도 멍청하게 쓸데없이 떠들어대다가 후회를 하고 있다. 혼자 있을 때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안다. 굳이 모든 사람과 친분을 맺지 않아도 괜찮고, 그걸 편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는 것도. 근데 왜 매번 밖에서는 그런 나다움을 잃는 걸까. 지금 당장 내가 생각해도 자신 있게 나를 드러낼 무언가가 없어서. 모두에게 그럴듯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나. 그런 날 멀리 떨어져서 보고 있으면 얼마나 한심한지 모른다. 사람에게 기웃거리는 게 가장 못난 행동이고, 쓸모없는 걸 알면서도 왜 그러고 있는 건지. 오늘도 현명하지 못해서 소중한 내 생각과 행동들을 낭비했다. 대단히 큰 실수를 한 건 아니지만, 그냥 내 생황을 변명하듯 이야기한 사실이 싫을 뿐이다.
2025년 4월 29일 화요일.
_여전히 조금씩 불편하게 정리되지 못한 채로 부유하는 감정과 생각들이 있다. 다만 조금은 회피하고 외면해 보는 연습도 하고 있다.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념들과 피해의식으로 똘똘 뭉친 망상은 해봤자 득 될 게 없으니깐. 어제의 긍정기세를 몰아 오늘도 잘 지내보자.
2025년 7월 26일 토요일.
_어떤 결심은 생각보다 '순간'에 온다. 오랜 시간 꿈꾸고 상상했어도, 그저 머릿속에서만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문득 갑자기. 그렇게 그 순간은 오고야 만다. 누군가에 말 한마디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 누군가는 올해 나에게 그런 신호를 주려고 다가 온 사람 같기도 했다. 끊임없이 나를 자극했고, 다행히도 그 자극은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2025년 7월 28일 월요일.
_따지고 보면 모두 내 잘못이었다. 이 모든 건, 내가 해야 할 일을 제때 하지 않았기에 벌어진 일들.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내 꿈도, 나의 경제적 독립도 결국은 스스로 알아서 잘했으면 지금 이 지경은 아니겠지.
힘든 만큼, 충분히 성장하고 있기를. 더 나아지는 과정 중에 있는 것이기를.
2025년 10월 2일 목요일.
_내가 가는 방향과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나를 지금과는 다른 곳으로 이끌 거라는 분명한 확신. 그 확신을 확신했던 시간들. 적당히 경계하고 보이는 만큼 믿고, 즐거움은 온전히 즐기고. 그런 중요함을 알아간다. 노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과의 대화도 좋아하고, 나의 발전에 쏟는 시간과 혼자 있는 고독도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나의 한계 시간을 알고 취향을 확실히 알 수 있고, 어떤 감정인지 알고, 그런 순간들을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나에 대한 탐구 시간이 길었던 하루. 그래서 전혀 아깝지 않았던 시간.
2025년 10월 21일 화요일.
_덥고 뜨거웠던 여름이 물러가자, 많이 정리된 감정들이 있다. 소중한 걸 무시하지 않고 소중해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고. 나에게 있어 좋고 나쁨을 거를 수 있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알고 있음에도, 머리로는 알아도 감정이 머리를 못 따라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 자책을 하곤 했던 것 같은데,,, 우선은 그냥 두기로 했다. 따라오지 못하는 감정들을 보채봤자 머릿속만 더 시끄러워질 테니. 지금은 그래도 머리다. 감정과 머리의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머리가 이기는 날이 올 거다.
멍청하리만큼 뜨거웠던 순간들 덕에 조금 더 성숙해질 기회가 있었고, 적어 내려 갈 글들이 생겼다. 오래 간직하고 기억하고 싶은 기억들은 아니지만 그때 그 나름대로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있었음에 내가 나를 더 한 번 생각할 수 있었으니. 이쯤에서 이제 그만 마침표를 찍어본다.
2025년 10월 24일 금요일.
_내 인생 드라마에서 조연도 아닌, 그저 한때 오디션 응시자였던 이들에게 마음 쓰지고, 에너지 소비하지도 말자.
2025년 11월 28일 금요일.
_올해의 다이어리를 훑어 보았다. 한 해를 돌아보며 꼭 갖는 문장 갈무리 시간. 내 나름의 의식이다.
적어놓은 문장들을 쭉 살펴보는데 당시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여전한 것 같지만 부단히 발버둥 쳤던 한 해였구나.' 싶었다. 그 시간 속에 내가 보였다. 관계의 변화, 상황의 변동, 행동의 결과 같은 것들.
아직도 스스로 많이 모자라고 뭐 하나 제대로 해낸 것 없어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