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흘러가는 세상이다.
새로운 것들이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고, 지금 진도도 벅찬데 선행 학습 문제들이 밀려든다.
다 읽은 책들은 나만의 감성으로, 내가 원하는 시선으로 직접 찍어 기록하는 걸 좋아한다.
핸드폰을 집어든다. 카메라 창을 연다.
원하는 구도와 감성에 맞춰 이리저리 책과 주변 소품들을 정열 해본다.
'찰칵'
하지만 요즘에는 그것도 다 ai가 만들어준다. 책 사진만 찍은 후 ai에게 요청한다.
'겨울 감성에 맞게 책과 커피 잔이 올라간 테이블 사진을 만들어줘. 책 제목이 잘 나오게.'
몇 초의 로딩이 걸리고, 이미지가 생성된다.
확실히 빠르고 사진 속 모습은 내가 원했던 느낌 그대로다. 처음에는 신기했고, 그다음은 어떤 식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낼지 머리를 굴리는 내가 뭐라도 된 것 마냥 느껴졌다.
그것도 한두 번. 나에게는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 수고로워도 책을 들고나가 직접 찍는 게 더 좋았다. 산책에 관련된 책을 읽었으면 산책길에 책을 가지고 나가 사진을 찍고, 카페 분위기를 풍기는 책을 읽으면 커피 한 잔 하다가 책 사진을 찍고 싶었다. 화려하고 멋있는 ai가 만들어낸 수많은 이미지들 옆에 있는 나의 사진은 어딘가 조금 옛 감성이 났지만 말이다. 또 언제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ai가 만들어주는 결과물을 원할 때도 있을 것이다.
이 시대에 맞는 속도란 무얼까?
너무 빠른 지금이 버거울 때가 있다.
빠르고 혼란한 세상 속에서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거릴 때가 많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세상의 속도가 맞지 않아 도태되다 못해 뭉개질까 봐 두려울 때가 있다.
지금을 살고 있는 건 불행일까 행운일까.
뭐든 빠른 지금, 대열에 발맞춰 가는 것도 능력이고, 그 안에서 적당한 쉼을 알아 자신만의 개성을 갖는 것도 다 능력인 것 같은 기분. 그러지 못한 나는 그런 사실만으로 무력해진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싶지는 않은데,
또 그렇다고 그 옷을 입지 않으면 갑옷 없이 전장에 나가는 것만 같다.
그럴 순 없겠지만, 조금만 속도를 늦추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