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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Jan 20. 2022

함께 글쓰기로 한 건 참 잘한 일이야

글을 봐주신다고 해서 신청했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피드백하시는 건가요?


자신이 쓰는 글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알아야겠는데 내 피드백이 성에 안 찼나 보다. 내가 볼 때 그녀의 글을 가리는 가장 큰 그늘은 '조급함'이었다. 글쓰기에 전투적이었던 그녀.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 책을 내서 빨리 승부를 보고 싶은 마음이 글 곳곳에 묻어났다. 난 잘 써야 해. 이 글은 멋져야 해. 글 좀 쓴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세상이 자신의 글을 알아주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었다.


평소 글은 꼼꼼히 읽지만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찬찬히 속도를 맞춰 피드백을 하려 애쓴다. 허나 그녀가 답답해하니 어쩔 수 없다. 정공법. 기자 시절, 후배 기자의 기사를 대하듯 조목조목 따져 알려줬다. 정성껏 쓴 글을 남이 뭐라 하면 마음 상하는 기분을 안다. 얼마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글을 썼겠는가. 그걸 알아주지 않고 맞춤법이 어떠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느니라고 찔러대면 글이 좋아지는 건 고사하고 글 쓸 마음조차 사라진다.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중요한 건 글 쓸 마음,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녀에겐 날 선 지적이 필요했나 보다. 예리하고 정확한 내 피드백을 받아 들고 그녀는 만족했다. 자신이 몰랐던 문제를 이제야 알게 됐다며, 글을 생동감 넘치게 쓰는 법까지 배웠다며 고마워하니 나로선 할 일을 한 셈이다.


그녀를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난 이토록 글을 잘 쓰고 싶어 안달 났던 적이 있었던가. 수습기자 시절, 선배들의 칭찬 한 마디 들으려고 애쓰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오래전 이야기다. 그건 내가 글밥을 먹고사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었고 자존심과도 같았다. 달리기 선수는 빨리 뛰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기자니까 잘 써야 한다. 그게 이름값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글쓰기가 직업이 아닌 이들이 왜 글을 잘 쓰려고 땀을 흘리려는 걸까. 글쓰기가 이리도 지겨운 것을. 왜 나는 하필 글을 쓴다고 했는지 이젠 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차 있던 내게 글쓰기를 이토록 갈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놀라웠다.


많은 이들이 말한다. 글을 쓰면 치유가 된다고. 글을 쓰면 행복하다고. 글을 쓰면서 자신을 발견한다고. 돈벌이를 위해 글을 쓰던 내가 모르던 사실을 그들을 알고 있었다. 그저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바람, 글쓰기로 꿈을 꾸고 이루고 싶은 소망, 그래서 잘 쓰고 싶다는 그들의 열망은 신성하고 고귀했다. 전에 나는 결코 알지도, 누리지도 못한 글쓰기의 가치, 글을 잘 쓴다는 평가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글쓰기의 기쁨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기자의 글쓰기 강의, 함께 글 쓰는 모임을 모토로 한 <라라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글을 잘 쓴다는 의미를 거듭 곱씹게 된다. 잘 쓴다는 건 과연 무슨 의미일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인공지능처럼 정확하게 글을 쓴다는 건 절대 아닐 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있는 그대로 쏟아낼 수 있을 때 느끼는 기쁨, 반듯하게 완성된 글을 봤을 때 성취감, 생각이 정리된 개운함, 스스로 감정을 도닥여낸 뿌듯함, 내 일상을 내가 직접 정돈한다는 희열이 글을 잘 쓴다는 말로 표현되는 게 아닐까. 다른 이들이 '잘 썼다'라고 칭찬까지 얹어준다면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라라프로젝트_글쓰는 멤버들


1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면서 글을 잘 써서 행복했던 기억은 별로 나지 않는다. '휴, 오늘도 무사히 기사를 막았구나' 안도하며 손에 달았던 모터를 얼른 털어냈던 기억이 훨씬 많다. 요즘에서야 비로소 글쓰기가 행복하다는 걸 깨닫는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니 할 맘도 절로 난다. 자유롭다. 무엇보다 함께 글을 쓰는 <라라프로젝트> 멤버들의 글이 날로 성장하는 걸 보는 기쁨이 있다. 글 쓸 때 고민했던 걸 어찌 그리 알아맞추냐고, 머릿속에 들어갔다 왔냐고 묻는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적어도 내가 허튼 수작을 하고 있진 않다는 뜻이리라. <라라프로젝트>에서 쓴 글로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을 뿐인데 단번에 철썩 붙는 걸 보면 더 그렇다. 이렇게 '작가님'이 된 이들만 20명이다. 글 쓰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 의기소침했던 내게 글쓰기가 새로운 행복이 되고 있다. 함께 글을 쓰기로 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참 잘한 일이다.


라라프로젝트 줌 모임





내 인생 스토리는 트럭 10대 분량인데 글 쓰자니 그저 막막하고 두렵다면,

새해, 글 한 번 써보고 싶은데 작심삼일에 그친다면,

브런치에서 눈팅만 하지 말고 당당히 '작가님' 이름 달고 글을 발행하고 싶다면,

저희 같이 글 써보지 않으실래요?


기자의 글쓰기 강의+함께 글 쓰는 모임 <라라프로젝트2.0> 5월 입문과정 모집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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