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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르 Oct 19. 2021

글 잘 쓰는 이들은 이런 게 다르더라

작가의 덕목

우리의 본질은 우리가 반복적으로 행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탁월성은 한 번의 행동이 아니라 하나의 습관이다.
-아리스토텔레스



매일 저녁이면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거의 비슷한 시간. 이젠 확인하지 않아도 누구인지 안다. 하루도 빠짐없이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사람. 실로 대단하다. 글이 재미있을 때도, 때론 지루할 때도 있지만 매일 적지 않은 분량의 글을 꾸준히 올린다는 것만으로도 난 그를 인정한다. 이미 브런치에서 유명인이자, 출간 작가며, 글쓰기 강의도 하는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다는 걸 매일 울리는 알람을 보며 확인한다.


내가 기자 일을 그만두고 가장 좋았던 건 매일 글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말려도 하겠지만 매일 하는 게 힘들고 지겹다는 건 내가 결코 즐기면서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나중에야 깨달았다. 내가 싫어했던 건 '글쓰기'가 아니라 '기사 쓰기'였다는 사실을. 매일 타의적으로 기사를 생산해야 하는 압박은 적잖은 스트레스였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내게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 떠오르는 이가 있다. 자신의 글에 부족함을 느꼈으니 내게 왔을 거다. 글이 맛깔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았지만 글에 대한 열정, 무엇보다 자기 작품을 쓰고 싶어 하는 열의는 대단했다. 글쓰기를 배우기 위해 그 발디딘 곳은 다양했고, 그 노력은 오래됐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덕목이 여러 가지겠으나, '열정', '끈기'를 거론한다면 그는 이미 이 두 가지를 갖고 있었다. 지금은 비록 글이 습작 수준에 불과하겠지만 막강한 무기 2개를 장착했으니 언젠가 꿈을 이루리라 본다. 큰 작가로 대성하기 위해선 다른 덕목이 필요하나, 적어도 자기 이름을 건 책 몇 권은 족히 쓸 사람이다.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난 글쓰기에 열망을 가지고 꾸준히 매진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내겐 아직 그런 열의가 없다. 글을 안 써도 된다고 했을 때, 아니 엄밀히 말해 더는 기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을 때 만세를 불렀으니까. 앞에 있던 어린 아들이 놀랄 만큼 큰 소리. 그 해방감은 말로 못 했다.


물론 수년 전 이야기다. 지금 나는 글을 쓴다. 글을 잘 쓰도록 돕겠다고 강의도 하고 코칭도 한다. 다시 글이 쓰고 싶어서 매몰차게 버렸던 장비를 슬금슬금 주워 들고 함께 쓰겠다고 사람들을 모았다. 이제는 벌려놓은 일에 대한 책임과 의무감도 만만치 않아 글을 쓰고 또 쓴다. 글을 써야만 하는 자리에 결국 스스로를 다시 세웠다.


글쓰기는 어렵다. 쓰면 쓸수록 글에 대한 기준과 기대감, 목표가 높아진다. 반복적으로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이어서 힘들다. 글 쓰겠다고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글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매일, 쉼 없이,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떠하든 한결같이 글을 쓰는 사람은 드물다.


당신에게 무언가 꾸준히 할 끈기가 있는가? 그럼 당신은 글을 잘 쓸 능력이 있는 거다. 심히 부럽다. 난 이런 열정과 끈기를 만족할 만큼 갖고 있지 않아 늘 스스로 채찍질한다. 글발이 오를 땐 미친 듯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글을 쓰지만 그렇지 않을 땐 손을 놓는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다른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한다. 그냥 놀면 죄책감이 드니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으니까.


'양질전화'라는 말이 있다. 충분한 양이 채워지면 실력은 업그레이드된다. 물론 글 잘 쓰는 법을 알고, 정확한 피드백을 해줄 사람이 곁에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상관없다. 시간을 축적하면 되니까. 끈기와 인내심까지 겸비한 당신, 축하한다. 분명 탁월한 작가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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