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중 다행
제주를 갔으니 바다가 보이는 숙소는 꼭 묵고 싶었다.
제주의 파란 하늘과 맑은 바다를 배경으로
침대 위에 앉아있는 서현이를 찍어주기 위하여.
숙소는 내가 좋아하는 산방산 근처의 숙소.
그쪽 바다가 난 좋더라.
여전히 날씨는 짓궂었고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다르게 먹구름 아래 펼쳐진 바다는
무언가를 잡아 삼킬 듯 크게 다가와서
철퍽철퍽 바위들을 참 아프게도 때리는
파도가 치는 회색빛 바다였다.
발 끝이 젖은 채로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그 뷰는 나를 상당히 실망시켰다.
서현이는 침대에 앉더니 그 풍경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더라.
"엄마 바다에서 괴물이 나올 것 같아요!"
무시무시했나 보다.
날씨가 좋았다면 "돌고래가 뛰어노나 보자~" 같은
훈훈한 스토리였을텐데 괴물이라니..ㅋㅋ
그래도 서현이는 괴물을 무서워하지만 좋아하기도 한다(?)
뭐 여하튼 그런 게 있다.
"괴물이 저~쪽에서 나올까? 어떻게 생겼을까?"
함께 이야기하는데 띠딩 울리는 재난 문자.
폭우.. 해안가는 조심하란다 하하..
아니 제주는 이런데 육지는 어떨까? 싶어
인스타를 켜 보았다.(사실 우리는 거제에 살아서 육지..? 가 맞나? 우린 돌아가도 섬에 살긴 하네)
세상에나.. 우리 동네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하천이 범람해서 시내 한복판 아스팔트 위에 물고기들이 행진을 하고 있더라.
어쩌면 우리가 피신.. 을 온 건가? 싶었다니까.
저 바다가 오늘 우리의 밤을 덮치지 않겠지 하는 마음과
그래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온 거니 여행은 맞네
하는 마음으로 또 그렇게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아침.
상쾌한 서현이와 폭풍우 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