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된 아동학대 피해자 그리고 그들에게 녹록지 않은 사회
사회는 가정폭력을 당했거나, 학대당한 어린이는 동정하지만,
그들이 어른이 되면 사회는 그들을 싫어한다.
상처투성이인 어른을 받아 줄 너그러운 사회는 없다는 것. 참 가슴 아픈 일이다.
스레드에서 갑자기 하트가 쏟아졌다. 너무 당연히 생각하고 있던 말이 다른 사람들에겐 생각해 볼 지점이었나 보다. 그래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다.
한참 정인이 사건이 있었을 때, 나는 파리 모 방송국에서 근무 중이었다. 난 그 사건에 분노하며 뭐라도 한국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었다. 16개월의 아이가 학대로 죽었다는 것이 내 상식에선 말이 안 됐다.
그전에도 아동학대에는 관심이 많았다. 이렇게 큰 이슈가 될 때는 같이 힘을 합쳐 제도를 고칠 수만 있다면… 내 의협심은 하늘도 뚫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아동학대에 대해서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때부터 미친 듯이 리서치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찾아낸 사람이 아동 전문 3급 병원 의사인 하파엘 셀린 씨였다.
그녀는 아동학대 피해자였다. 아버지는 본인의 못다 한 꿈을 이루기 위해 피아노에 재능이 있었던 그녀를 굶기고 때리며 피아노만 치게 하였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주변도움으로 아버지를 처벌했고 본인은 평소에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의사가 되었고 지금은 아이들을 진료하면서 아동이 학대를 당하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가 한 이야기 중 가장 인상 적인 것은 어른이 된 아동학대 피해자였다. 아동학대 속에서 살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에서 '안 보이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존감을 박탈당했고 무엇을 해나갈 힘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사회에서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누구도 관심 가지지 않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많은 아동학대 피해자들이 기초생활 수급자로 살아가며 중심으로 나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아동학대 피해자은 대부분 학대를 참는다. 유기에 대한 공포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 부모가 아니면 누가 나를 보살펴 줄까 하는 공포가 바로 그것이다. 아동학대 아이들을 잘 살펴봐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표현하지 않기에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기에 어른들은 그들의 표현을 눈치채야 한다.
물론 사회는 이런 아이들의 구조를 위해서 나름 최선을 다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병원등 아이들이 다니는 곳은 어디든 아동 학대 의심이 되는 아이를 보면 신고를 해는 의무를 가진다. 또한 이 아이들의 사연이 알려지면 많은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준다.
하지만 학대당한 아이들이 다 구조되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구조의 손길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다. 그리고…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는 그들을 더 이상 보호하지 않는다. 개인으로 만났을 때 성격이 모난 어른을 보살펴줄 마음 넓은 사람은 심리 상담 치료사 정도밖에 없을 것이다.
예전에 한참 유행했던 말이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다. 부모에게서 무엇을 물려받았나에 따라 수저가 달라진다. 하지만 이것은 비단 재산으로만 나뉘는 것은 아니다. 정신에도 이런 수저론이 적용된다.
이를테면, 정신의 금수저는 물고 태어나는 수저라기보다는, 부모가 사랑으로 가정에서 예쁘게 구운 수저 같은 것이다. 물질적 금수저라도 정신의 흙수저 일수도 있고, 가난한 흙수저라도 정신이 건강한 금수저 일 수도 있다.
금수저는 건강한 애착과 양육, 훈육을 적절히 받았기에 본인의 자아가 건강한 사람, 심리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자아가 초자아와 원초아 안에서 잘 균형을 잡는 사람의 상태를 나타낸다.
은수저는 무언가 결핍 혹은 과잉이 있거나 아니면 많은 기대와 관심, 비교 같은 걸로 얼룩 저버려 심리적 결핍이 있는 사람의 상태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여기에 속하지 않을까 한다.
흙수저는 모든 것이 박탈된 상태로, 가장 크게 박탈당한 건 부모의 애정이며, 방임, 비교, 체벌로 자존감이 다 무너 저 버린 사람의 상태이다.
금수저는 본인의 마음을 책 한 권으로 다스릴 수 있다. 하지만 흙수저는 같은 충격에도 정신과를 다녀야 할 수도 있으며 마음을 다스리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또, 한 번 마음을 먹기도 쉽지 않다. 자존감이 박탈돼 있는 상태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조차 사치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각자 아이들에게 정신적으로 금수저를 물려줄 수 있다. 그로 인해 아이가 사회 안에서 건강히 자리 잡을 수 있고, 크고 작은 대인관계의 고통으로 정신에 드는 비용을 최소화해 줄 수 있다. 이건 재산의 문제가 아니다. 마음의 문제다. 아이들이 사랑을 모른 채 자라서 미움받는 어른이 되게 하면 안 된다.
우리는 그 아이가 어른이 된 뒤에도, 그를 지켜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