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붓을 휘둘러 써 내려갈 수 있다는 환상

2022.06.02

by 오름차차


나는 일필휘지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영감이 내려와 하룻밤만에 장편 소설 한 편을 끊김 없이 쓰고 완성하는 꿈.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결정하고 공부하며 일필휘지란 글을 업으로 삼지 않는 사람의 환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돈을 받을 수 있는 글과 취미로 쓰는 글의 차이는 결국 두 가지라고 배웠다. 그것이 초고인가 아니면 여러 차례 수정된 것인가. 끝맺음된 글인가. 일필휘지란 결국 초고다.

하룻밤을 새 한 편의 장편을 완성한 적이 있다. 미루고 미루다 공모전 하루 전 날 밤새워 겨우 완성한 것이었다. 이것이 일필휘지일까. 그저 공모전 일정에 맞춰 제출한 초고일 뿐이다. 완성된 글이란 수차례 퇴고한 글이라는 걸 깨달았다.

초고를 다시 읽어보니 시점이 흔들린 부분, 급하게 뛰어넘은 부분, 말하기가 아닌 보여주기가 필요한 부분, 반대로 지루한 보여주기 대신 말하기가 필요한 부분이 명징하게 보였다.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초고의 부족함이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누구나 한 편의 소설은 쓸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경험한 것이든 상상한 것이든 누구나 한 편의 소설은 쓸 수 있다. 스토리를 쓰는 게 업인 사람은 자신이 경험하거나 관찰한 것만 쓰는 것이 아니라 기획한 것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주제, 캐릭터, 배경이 주어지면 그것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프로라고 배우는 중이다.


이야기를 만들고 글로 쓰려면 작법과 문장, 캐릭터와 구성을 공부해야 한다. 머릿속에서만 이어 붙이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취재하고 조사하며 디테일을 조각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한 퇴고 과정을 견뎌야 한다.

글을 써야 작가다. 글을 매일 써야 작가다. 요즘 매일 읊조리는 두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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