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폴더에 쌓여있는 글 먼지 털기

2022.06.08

by 오름차차

컴퓨터 폴더에 쌓여있던 글의 먼지를 털고 있다. 완성하지 않고 쓰다만 글들. 트리트먼트 단계도 아니고 장면만 남거나 단락, 글감으로만 남아있는 것도 있다. 시간이 지난 뒤 먼지 쌓여있는 글을 뒤적거리며 깨달았다. 그 당시 써야 하는 글과 지금에서야 쓸 수 있는 글이 있다는 것을.



당시를 살며 느끼고 채집하고 관찰하며 그 시대를 반영해 마무리 지어야 했던 글을 폴더 속에 숨겨놓고 먼지만 쌓이게 하는 것이 아쉬웠다. 시간이 흐른 뒤, 달라진 감성과 시야로 뒤를 이어 쓰다 보니 글의 분위기가 널을 이어지지 않는다. 지금이라면 떠올리지 않을 캐릭터, 대사, 문장을 보며 당혹스러웠다. 아무리 세상에 내보일 생각 없이 쓴 글이었다고 하나 당시에 나는 무얼 쓰고 있던 것일까 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반면, 지금에서야 완성할 수 있는 글들도 보였다.


언젠가 완성하겠지 하며 쓰다만 글을 보며 다짐했다. 쓰다가 그만두는 습관은 지금 고쳐야 한다. 미완성의 글에 마지막 문장을 쓰고 방점을 찍기 위해 다섯 가지 원칙을 세웠다. 분량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단편으로라도 완성할 것.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진 글로 끝맺음할 것. 초고라도 트리트먼트 단계가 아닌 매체별 완성 고를 쓸 것. 적합한 매체를 찾아 바꿀 것. 완성한 글은 반드시 저작권을 등록하고 스토리움에 등록할 것.



그래서 장편소설을 생각하고 쓰다만 글은 매체를 바꿔 단막극 대본으로 만들어 방점을 찍었다. sf 장편으로 구상한 것은 각각의 단편이라도 일단 완성하자는 마음으로 쓰는 중이다. 어찌어찌 2편을 완성했지만 아직 6편의 글이 남아있다.


미완성의 글에 방점을 찍는 것이 가장 어렵고 새로운 글을 쓰는 것이 가장 재미있지만 이번 달에는 먼지를 털고 글을 완성하는 것에 집중할 예정이다. 쓰다 말면 안 된다. 완성해야 글이다. 스토리움에 등록하고 저작권 등록을 마쳐야 온전히 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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