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서 미루는 사람들

2022.06.15

by 오름차차

벼락치기로 마감 일정을 맞추는 사람들은 언제나 다짐한다. 다시는 이 짓을 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아쉽게도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미루는 사람들은 네 가지 이유를 가지고 있다. 게으르거나, 집중력 장애에 시달리거나 완벽주의자이거나 혹은 데드라인 직전에 하는 것을 즐기거나. 아니면 네 가지 이유 모두를 가지고 있거나.



소논문을 마감 일 전 날 저녁부터 쓰기 시작하거나 각종 마감을 앞두고 미루고 미루다 물리적으로 최소한의 시간이 남았을 때 겨우 책상에 앉는 경우가 많았다.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고 평생을 관통하는 고통과 회환이었다. 그래서 진지하게 이러한 태도를 고치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심리학 책을 읽고 영상을 보고, 상담받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어릴 때는 내가 게을러서 일을 미룬다고 생각했다. 그 후, 벼락치기로 아슬아슬하게 성과를 내고 통과되는 사례가 누적되면서 그것을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미루고 미루다 결국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하고 데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하는 그 순간, 평소보다 높은 생산성이 발현되었다. 나중에는 벼락치기하는 시기가 아니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아이디어도, 글도, 그 어떤 것도.



그러다 다양한 주의력 장애에 대해 알게 되고 여러 가지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습관적으로 미루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접하였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시작하는 것을 미루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내 근원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그제야 뚜렷하게 보였다. 나는 네 가지 이유 모두를 가지고 있었다. 이 네 가지 이유를 지워나가기 위해 대응방법을 고안하고 실천하는 중이다.



게으름, 고치기_ 체력 기르기와 루틴 만들기

게으름은 만성적 질환 같은 것이다. 마음을 먹었다고 하루아침에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큰 충격을 받거나 엄청난 사건을 마주했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대신 꾸준히 관리해 주어야 한다는 자세로 대해야 한다.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에너지 부족으로 게으르기 쉽다. 그래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규칙적인 수면습관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이 게으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하루하루를 꾸준히 해나가는 루틴을 만들고 지켜야 한다. 아마 3일에 한 번씩 하기 싫고 귀찮아질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습관을 들이며 자기 자신과 평생 싸우는 수밖에 없다.



완벽주의 성향_잘게 쪼개 하루 일감 주기

스스로를 관찰해보면 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때부터 스트레스를 받는다. 신경이 쓰여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직전 일주일 전부터 회피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적극적인 회피가 진행되는데, 굳이 당장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새로 시작한다거나 갑자기 책이나 드라마를 쌓아놓고 보는 식으로 현실을 외면하려 한다. 이러한 문제를 벗어나는 길은 일단, 해야 하는 일을 잘게 쪼개서 하루하루 일감 주듯 시키는 수밖에 없다. 큰 마감을 나눠 작은 마감을 꾸준히 주어야 부담을 덜 느끼게 된다.



주의력 문제

하고 싶은 일, 관심 있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일을 대할 때 나타나는 집중도의 차이는 사실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을 앞두고 불안감을 느낄 정도로 집중하지 못한다면 진지하게 상담과 치료를 권한다.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심리학 책을 읽고 공부하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찾아보는 것도 도움된다.



마감 직전에 고조되는 에너지를 즐기는 문제

마감 직전의 집중력에 취하는 것도 일종의 중독이다. 마감 직전에만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글이 나오고 일을 할 수 있다면 역량이 부족한 것이다. 사실, 마감 직전에 더 좋은 것이 나온다는 것은 검증되지 않은 환상이다. 미리 시작하여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평온한 상태에서 일을 했다면 더 좋은 성과를 성취할 수 있다. 벼락치기는 단기 게임에서만 통할뿐이다. 벼락치기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를 누적하며 깨달았다.


벼락치기는 해당 프로젝트나 일, 공부의 결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마감 직전의 집중력은 결국 에너지와 체력, 아이디어 고갈을 불러온다. 벼락치기 뒤에는 번아웃이 따라와 일상의 루틴과 생체리듬을 모두 무너뜨린다. 과잉집중-번아웃 사이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를 직시하고 인정해야 한다. 성공하려면 미리 해야 한다. 시간을 더 투하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에만 장기전에서 이길 수 있고 큰 경기를 성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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