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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Jun 30. 2022

감상하는 것, 몸을 쓰는 것, 창의적인 것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요? 2022.06.29

취미는 무엇인가요? 같은 소개팅 자리에서나 들어봄직한 질문을 받게 되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내 세계를 어디까지 보여야 하나 하는 고민 때문이 아니라 과연 내 취미는 무엇인가 하는 자아성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취미의 사전적 의미는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게 하는 것, 그것을 취미라고 부른다. 그저 습관처럼 누르는 ott 앱, 소파에 누워 생활소음으로 듣는 TV 시청을 취미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취미라는 질문에 대한 전 국민의 응답 매뉴얼 중 하나인 독서라고 답변을 해야 할까. 산책도 취미가 될 수 있을까. 명상이라는 답변이 상대방을 당황시키지 않을까. 뮤지컬 관람과 여행이 나의 취미일까.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 하나에 여러 가지를 떠올린 하루였다. 상대방은 진지한 호기심으로 던질 질문이 아니라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한 스몰토크였겠지만.



취미는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 가능하다. 감상하는 것, 몸을 쓰는 것 그리고 창의적인 것. 다른 사람이 만든 작품이나 그들이 하는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감상하는 것. 운동이나 여행 등 직접 자신의 몸을 쓰는 것.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하거나 글을 쓰거나 도자기를 만드는 창의적인 것.



우리가 보내는 시간을 채우는 것이 결국 우리를 만든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했던 소음들,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해야 했던 일들 대신 우리를 충만하게 해주는 것을 채워나가야 한다. 결국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삶이란 균형적인 삶일 것이다. 여가를 채우는 것부터 균형을 찾아가면 어떨까. 쌓아두고 책을 보거나 영화, 드라마, 웹툰을 몰아 보는 것만으로 여가를 채우던 때가 있었다. 그 순간 다른 세계로 도피하기 좋아 한동안 나의 여가를 감상하는 것만으로 보내왔다. 뮤지컬과 각종 공연 관람도 감상 유형에 속한다.



몸을 쓰는 것과 창의적인 것, 그것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활동이다. 살기 위해 몸을 쓰는 시간을 늘렸고 이제는 업으로 창의적인 활동을 삼게 되었지만 사전적 정의대로 업이 아닌 즐기기 위해 하는 창의적인 무언가의 활동을 찾을 때가 되었다. 



친한 동생이 도예 수업 수강증을 생일 선물로 준다고 했을 때, 농담처럼 넘겼다. 책을 입고한 독립서점에서 도양화 클래스를 열고 있는데 스케쥴 때문에 포기했다. 생활의 균형을 찾고 내 안의 감정적, 정신적, 육체적 체력과 균형을 만들어가려면 일단 새로운 창의적인 활동을 찾는 게 필요하다. 도예든 동양화든, 그 무엇이든. 감상에만 머무르지 말고 직접 조물락거리고 손을 쓰고 마음을 써서 채워나가야 소진되고 바스러지는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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