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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Jul 01. 2022

프리랜서의 다중역할 수행기

2022.06.30

올해의 반년이 지나는 날,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했다. 우리는 누구나 다중역할을 한다. 직업인으로, 함께 일하는 동료로, 누군가의 가족으로, 친구로, 선후배로 수많은 역할을 동시에 맡고 있다. 일터에서는 일만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사적관계에서의 역할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시간과 마음, 집중력을 써야 한다. 특히 재택 중인 프리랜서는 일과 사적인 삶의 경계가 모호해 다중역할을 수행하기 더 어렵다.



다중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멀티태스킹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마음에는 스위치가 없어 온오프가 쉽지 않다 보니 무엇 하나 온전히 집중하고 신경을 쓰기 어렵다. 그토록 시간관리를 훈련받았음에도 한꺼번에 내가 맡은 역할 여러 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할 때가 되면 여전히 버겁고 당황스럽다. 중요한 일정이나 마감이 겹치지 않도록 사전에 조율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은 언제나 일어난다.



밀려있는 일들을 처리하면서도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챙겨야 한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오늘, 부모님과 영화를 보기로 미리 약속을 해두었다. 어렵게 용아맥(용산 cgv 아이맥스관) 영화표를 예매했는데 날씨와 교통 상황 때문에 전철로 이동했다. 우산을 써도  막지 못해 비를 맞으며 다녀왔다. 돌아와서는 세금 신고를 하고 갑자기 제안받은 강연 자료를 만들었다. 계약을 논의 중인 상대방과 조건을 조율하고 오늘 써야 하는 글과 원고를 마무리해야 했다. 갑자기 친한 지인의 힘든 소식을 전해 듣고 한참 동안  친구를 위로하였다. 조카를 보러  엄마에게 조카가 아프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아빠와 다시 조카 네로 향했다. 아파서 제대로 먹지 못하는 조카를 위해 먹을거리를 챙기고 애를 보느라 식사를 못한 엄마의 식사 거리도 챙겼다.



집으로 돌아와서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지금이다. 오늘 하루 종일 미션을 수행하는 것 같았다. 하나의 미션을 마치면 두세 개씩 다음 미션이 밀려왔다. 모두 내가 기꺼이 선택한 일들이었다. 아주 오랜만에 부모님과 영화를 봤고 오랜만에 조카를 보러 간 것이었다. 힘들어하는 지인은 내가 힘들 때 누구보다 나를 위로해주었던 사람이었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 사이사이 해야 하는 일을 처리해야 했다.



일정을 조율해 휴일을 만들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휴일이 아닌 평일 오후이기에 언제든 예상하지 못한 일감이 몰려온다. 일정을 너무 촘촘하게  것이 문제일까, 장마철에 저하된 체력이 문제였을까, 시간관리 스킬을  키워야 하만 하는 것일까. 스위치 켜듯 집중력 버튼을 누르는 훈련을 해야 할까.


웃으며 다중역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만 이런 하루가 또다시 온다면 나는 버틸 수 있을까.

프리랜서는 각각의 역할 경계를 어떻게 세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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