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름차차 Jul 05. 2022

알러지 전쟁

2022.07.05

어렸을 때부터 감기에 잘 걸렸던 나는 비염이 코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난 뒤에야 알러지성 비염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오래가는 감기는 사실 알러지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보라매병원에 갔다. 그곳에서 나의 병명(?)을 알게 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3세대 알러지 비염 약을 복용하였다. 졸리지 않은 3세대 약 하루 한 알. 알러지 약만 먹으면 삶의 질이 달라졌다. 훌쩍거리지 않아도 되고 방치하다 염증으로 진행되는 일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자유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에만 알러지 약을 복용하면 됐으니까.



하지만 오랫동안 약을 복용하면서 약 효과는 이전만 못해졌다. 그리고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눈 알러지도 발병(?)했다. 시간이 흘러 지나가는 기사를 무심히 읽다 혈관운동성 알러지의 존재를 알게되었다. 나름 알러지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기사를 읽으며 나에게 또 다른 알러지가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가진 알러지가 하나둘씩 늘어날 때마다 챙겨야 하는 것도 주의해야 하는 것도 늘어났다. 고양이나 먼지, 찬바람, 식사가 아니더라도 나도 모를 알러지를 대비하기 위해 항상 항히스타민제를 챙겨 다녔다. 여행을 떠날 때에 가장 먼저 챙기는 비상약도 항히스타민제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약을 복용해도 부교감 신경이 도무지 잠잠해지지 않는다. 알러지가 심한 날이 되면 부교감 신경이 예민해지고 역치가 한없이 낮아진다. 작은 온도 변화, 에어컨을 포함한 찬 바람, 미세먼지, 서랍에 오랫동안 들어있던 옷. 그 모든 것이 나를 재채기하게 만들고 훌쩍이게 한다. 한 없이 예민한 부교감 신경을 달래려면 복용량을 늘려 일단 역치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해야 할 때도 있다.



알러지는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기 때문에 일상의 모든 노력과 계획이 부질없다 느껴질 때가 있다. 훌쩍이며 약을 먹고 사용 공간을 결벽증 환자처럼 깨끗하게 하더라도 나의 부교감신경은 좀처럼 그 까탈스러움을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컨디션이 바닥을 쳐도 끝없이 재채기를 해도 오늘 해야 할 일들은 해야 했다. 컨디션 관리도 능력인데, 알러지 전쟁에서 자꾸 지게 되는 요즘이다. 계속 지면 전략을 바꿔야 한다. 알러지약을 바꾸든 체질을 개선하든, 한방 치료를 시작하든. 

매거진의 이전글 준비 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 겸손이든 농담이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