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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Jul 05. 2022

준비 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 겸손이든 농담이든.

2022.07.04

지난 주말, 종강 후 뒤풀이를 다녀왔다. 작법 강의였기 때문에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같은 꿈을 꾸고있다. 다들 이번 달에 있는 공모전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다. 우리는 서로의 작품을 합평하고 리뷰해왔기 때문에 누가 무슨 작품을 썼는지 어떻게 썼는지 다 기억하고 있었다.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처음 모인 자리였기 때문일까. 다들 조심스럽게 문장을 골라 말했다. 유교의 땅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는 더욱 겸양의 말을 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다들 공모전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신은 아직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신인작가의 소재나 아이디어, 장치만 훔쳐가는 사례가 워낙 많다 보니, 당선 수준이 아니라면 바로 공모전에 작품을 제출하기보다 좀 더 준비하라고 조언하는 사람도 많았다. 실제 자신의 아이디어를 뺏겼던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도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게 읽은 작품을 쓴 수강생에게는 꼭 공모전에 제출하시라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겸양의 말이 답변으로 돌아왔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다. 문을 열기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자신은 모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얼마 남았는지 보인다고, 이제 얼마 안 남으신 것 같으니 꼭 제출하시라고 말했다.



 강의는 초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공모전을 준비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보니 작법 강의를 처음 듣는 사람은  안되었다. 나도  몇 안되는 사람 중  명이었다. 진지하게  분야를 도전하겠다고 가장 늦게 결정한 사람이 나였을 것이다. 그래서 뒤풀이 장소에서도 좋은 작법서와 강의를 추천받으면 핸드폰을 꺼내  자리에서 메모하였다.



 강의를 신청하기 위해 습작 대본을 제출해야 했는데 완성해본 대본이 없어 소설 트리트먼트를 제출하고 수강했다. 강의를 들으며 처음으로 대본을 완성했다. 가장 늦게 시작했지만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말은 혼잣말로도, 마음속에서 조차 해보지 않았다. 다들 겸양의 태도로 아직 아닌  같아요-라고 말할 때마다 마음속에서 나는 아니라고 나는 준비되었다고 계속 읊조렸다. 농담이라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나도 모르게 같은 말을 하게 될까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말을 하면 상대방만 듣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한 말은 나도 듣는다. 가장 중요한 청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이 강의에서 가장 늦게 시작한 사람이었지만, 나는 나에게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 쓴 작품을 여러 번 고치고 지금 구상 중인 새 작품도 써서 반드시 2편 이상 제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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