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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Jul 07. 2022

소비자로서의 삶, 생산자로서의 삶

2022.07.06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비자로서 살아간다. 물건이든 서비스든, 콘텐츠든.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즐겁기 위해 소비한다. 한 사람이 자신이 소비하는 모든 것을 생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즐겨, 많이 소비한 것은 생산할 수 있다. 특히 그것이 콘텐츠라면.



활자를 많이 삼킬수록 몸 안에 쌓인다. 
쌓이고 쌓여 몸에서 계속 흐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결국 밖으로 나온다. 


<우리는 왜 글을 쓰는가>라는 브런치 포스팅을 하며 썼던 문장이다. 사람은 자신이 가장 많이 소비한 것을 생산할 수 있다. 



삶이 힘들 때면 언제나 활자나 영상으로 도망쳤다. 활자와 영상이 만들고 보여준 그 세계로 끝도 없이 도망쳤다. 무언가 읽거나 보지 않으면 불안한 사람처럼 게걸스럽게 활자를 먹어치웠고 며칠 밤을 새워 드라마와 영화를 봤다. 즐겁게, 때로는 고통스럽게, 혹은 도피를 위해 소비자로 살아왔다. 내가 가장 많이 소비한 것은 소설과 드라마였다.



내 안에 쌓여 흐르고 흐르던 활자와 영상이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할 때마다 주저했다. 수많은 핑계와 변명, 두려움이 있었다. 사회와 가족이 기대하는 나, 나의 사회적 야망이 진지한 결심을 주저하게 했다. 왠지 생산자로 살게 되면 오랫동안 가난해야 할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다른 사람을 전율하게도 도피하게도 만들지 못할 수 있다는 변명 등 수많은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다 소비자로서의 삶만이 아니라 생산자로 살아보겠다고 다짐한 그날을 기억한다. 사실 이전에도 수많은 '그날'이 있었다. 책장을 덮을 때,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마지막 장면의 타이틀이 올라가는 것을 볼 때 나지막이 읊조렸다.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나. 자조적이면서 회환적인 수많은 '지금 무얼 하고 있나'가 쌓여 결단의 역치에 다다른 날이었다. 



사실 이 전에도 필명을 바꿔가며 에세이와 인문도서를 출간해왔다. 하지만 소설과 드라마, 영화를 쓰겠다는 마음은 접고 접어 숨겨놓고 있었다. 취미처럼 소설을 쓰고 트리트먼트를 쓰다 말고, 그렇게 생산자로서의 삶을 계속 지연시키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진지하게 나의 길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행동하게 만든 것은 치밀한 분석과 설득 덕분이었다. 나의 등짝을 후려치고 앞으로 밀어낸 것은 자기 계발과 동기부여의 수많은 책들이었다.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살아가야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 서 있을 수 있다는 확고한 가르침 덕분이었다. 이전과 달라지겠다고 다짐하며 가장 먼저 나를 돌아보았다. 나의 강점, 잠재력이 무엇인가.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아이템은 무엇인가 진지하게 고민했다. 상업작가가 되겠다는 다짐은 결국 차분하고 진지하게, 치밀하게 분석한 결론이기도 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사람들은 더 이상 소비자에 그치지 않겠다고 결정한 사람들이다. 소비자에서 생산자가 되어 자신의 글을 쓰고 포스팅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다. 반드시 콘텐츠일 필요는 없다. 자신이 가장 즐겨 소비한 것,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것이 될 수도 있다. 사업이나 컨설팅의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자신이 가장 많이 소비한 것부터 차분히 분석해보자.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살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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