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름차차 Jul 22. 2022

노마드, 한 조각 품기

2022.07.21

디노(디지털노마드) 생존기록을 평일마다 포스팅하고 있지만, '생존' 맞춰진 글만 쓰고 있었다. 노마드가 되기 위해 자기계발하고 동기부여하며 하루하루 생존하는 아이러니의 기록을 새기고 있다. 2 연속 밤을 새우고 오늘도 아침에야 잠들겠구나 하고 내려놓으니, 오히려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그래서 생존 이야기 대신 짧았던  조각의 노마드 시절을 쓰고 싶어졌다.



어릴 때부터 여행을 좋아했다. 가족이 함께 떠나는 국내여행부터 친척을 보기 위해 홀로 떠났던 외국여행, 대학교 2학년 한 달간의 유럽 배낭여행, 뉴욕 한 달 살기, 2주씩 도망치듯 떠났던 여행까지. 여행을 꿈꾸고 계획하고 짐을 싸고 공항에 가고 여행하고, 돌아오는 그 모든 순간들을 기억하고 사랑한다.



여행 그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여행 준비, 여행담도 신나서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지인들을 졸라 그들의 여행사진을 함께 보고 여행담을 지치지 않고 물어보곤 한다. 여행을 떠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의 여행 에세이를 찾아 읽으며 그 시간들을 버텨왔다.



짧지만 직접 유목민이 되었던 그 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지치고 힘들 때, 모든 것이 무의미해질 때, 재미없어질 때마다 조심스럽게 꺼내 펼쳐보곤 한다. 심지어 치과나 피부과에서 통증을 참아야 할 때마다 스페인 여행을 떠올리며 견뎠다.




노마드, 한 조각 품기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음 여행지를 정해 꿈꾸는 사람이다 보니,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의 선택을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가 이해하지 못할 때에는 가끔 외로웠다.



사실, 여행은 우리가 하는 선택 중 가장 이기적인 선택 중 하나다.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보다 가지 못할 이유가 더 많고, 더 강하다. 시간이든 에너지든, 마음이든, 돈이든 나를 오롯이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아야만 여행을 택할 수 있다. 그래서 때로, 여행은 선택만으로 비난을 받는다. 여행을 꿈꾸고 계획하는 것만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것만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누구에게나 가장 이기적인 시간은 필요하다.

자신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언제 일어날지, 어디로 떠날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할지 스스로 하나하나 선택해야 하는 시간, 일상의 모든 무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초고의 방점을 찍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