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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Jul 24. 2022

3일 밤샘의 기록

2022.07.22 금요일

화요일 밤을 꼬박 새우고 수요일 아침 8시 반에 잤다. 수요일도 밤을 새우고 목요일 오후 12시 반부터 3시간 자고 일어났다. 목요일 밤에 1시간 자고 일어나 밤을 새우고 금요일 오후 4시 반,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화수목 3일 동안 10시간만 자며 버텼더니 금요일 오후부터 지금까지 기억이 뜨문뜨문하다. 다행히 금요일 오후부터  한 번도 깨지 않고 23시간을 잤다. 산술적으로는 4일간 총 33시간 동안 잤으니 4일로 다시 나누면 8시간이라는 이상적인 수면시간을 확보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산술평균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나중에 몰아서 수면시간을 채워 넣는다고 몸이 바로 회복되지 않는다. 미래의 수면 시간을 빌려와 버티면 반드시 그것의 몇 배 이상의 보상을 원한다. 내 주말은 먹고 자고 먹고 자는 것으로 채워졌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금이다.



중간에 소재를 바꿔 화요일부터 새로운 작품을 쓰려니 3일 밤을 새는 것이 당연했다. 과연 초고가 시간 내 나올 것인가 두려운 시간이었다. 하룻밤을 새우며 씬 구성을 마치고 다음 날 밤을 새우며 겨우 초고를 완성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민망함이나 망설임 같은 생존에 불필요한 감정들은 사라진다. 그래서 제대로 퇴고도 하지 않고 초고의 방점을 찍자마자 스터디원들에게 리뷰를 부탁하며 발송하였다.


세명의 스터디원의 리뷰를 받고 다시 한번 다짐하였다.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 같은 수업을 듣고 종강연 때 얼굴을 본 것이 처음이었다. 서로의 작품을 기억하지만 종강연 당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공개 모집한 스터디에 합류한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들은 금요일 마감 일정을 고려해 몇 시간 만에 빠르게 리뷰를 보내왔다. 약한 부분인 걸 알면서도 뭉개며 일단 초고라도 완성해내자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던 부분을 그들은 하나하나 다 찾아냈다. 그들은 내가 쓴 글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빠르게 짚고 대안과 아이디어를 제시해주었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에서 와이파이가 잘 잡히지 않자 아이패드로 글자를 써서 사진으로 찍어 보내주었다. 혹시라도 오타를 발견하지 못할까 봐, 퇴고도 하지 않고 보냈던 초고의 오타마다 형광 표기를 해서 보내준 사람도 있었다. 새로운 플롯을 제안하기도 했다.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응원과 함께.



 보다 시간과 아이디어가  귀하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의 작품이토록 솔직하게 도움을 주는  마음은  귀하다. 새벽에 홀로 앉아  사람의 리뷰를 읽으며 다짐했다. 나도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같은 꿈을 꾸는 다른 사람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기꺼이 나의 시간과 아이디어를 내주겠다고.



세 명의 리뷰 덕분에 내 글은 초고의 10배쯤 더 좋아졌다. 캐릭터가 잡혔고 결말이 바뀌었고 오프닝이 바뀌었고 플롯이 바뀌었다. 더 좋은 작품을 쓰겠다고 밤을 새우며 보낸 3박 4일의 시간은 더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더 큰 그릇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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