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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Aug 17. 2022

쉼을 처방해야 할 때

2022.08.16

친구가 휴가를 내고 이틀 동안 집에만 있었다고 연락이 왔다. 하루 종일 침대 위에서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먹고 씻고 다시 자면 하루를 보내고 하루는 그래도 방 밖으로 나와 집 안을 왔다 갔다 하며 뒹굴거리고 유튜브만 봤다고 한다. 심지어 드라마나 영화는 긴 시간 동안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고르기도 전에 지쳐 유튜브로 10분 내외의 짧은 영상만 돌려보았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호기심도 많았던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말에 일단 맛있는 걸 먹으라고 했다. 뭘 해야 할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선택하는 것도 노동처럼 느껴져 지친다고 했다. 당장 차로 20분 내외의 맛집과 카페 리스트를 살펴본 뒤 경로를 짜서 보냈다. 선택이 노동처럼 느껴진다면 대신 누군가 골라주면 된다. 음식과 인테리어 취향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대신 경로를 짜주면 된다. 음식점과 카페까지 고른 다음 영화관을 마지막 목적지로 경로를 완성했다. 마음이 너무 지쳐 영화를 길게 볼 수 없다면 영화관 좌석에 자신을 가두고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권했다. 생각하고 고르고 선택하는 일련의 과정이 가장 고통스럽게 느껴진다고 해서 영화도 내가 골라 예매했다. 



친구는 작년과 올해 재택근무를 하며 미라클 모닝을 15개월간 성공리에 유지하고 있었고 회사 업무 외에 투자 공부와 제2외국어 공부에도 최선을 다했다. 그토록 여행을 좋아했지만 심신이 지쳤는지 여행을 준비하고 다녀올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해외로 가자니 휴가기간이 짧았고 코로나 상황도 우려된다고 했다. 여행에 다녀와 코로나에 걸렸을 때 그 눈초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도 했다. 오랜만에 재택근무가 아닌 통근을 시작하며 방전이 시작된 것 같다고 했다. 



통근을 하며 미라클 모닝까지는 너무 과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자 친구가 훌쩍거렸다. 어릴 때부터 열심히 산 친구들인데,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열심히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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