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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Aug 12. 2022

프리랜서의 워라밸

2022.08.12

사람마다 역치가 다르다. 견디고 버틸 수 있는 기준점이 각자 다르다. 그래서 각자 워라밸의 기준 역시 달라진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무엇으로 판단해야 할까. 나는 어디까지, 얼마나 일해야 워라밸, 즉 균형 잡힌 삶, 번아웃을 경험하지 않을 생활 할 수 있을까.



워라밸이라는 단어는 5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당시 일하던 곳의 상사가 워라밸이 무슨 단어를 줄인 말인지 물었던 기억이 난다. 모든 매체에서 워라밸을 이야기하고 어디서나  단어를   있었지만 진지하게 나만의 워라밸 기준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학원을 다니고 프리랜서의 길을 걷고 개인사업자가 되면서  차례 주기적인 번아웃을 경험했다. 그럼에도 번아웃이 오지 않을 균형점을 찾으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번아웃이 오면 모든 것을 내려놓 여행을 떠나거나 코로나 시국에 해외여행이 어렵다면 한약을 먹고 뮤지컬에 해외여행 경비만큼 돈을 쓰며  시간을 견뎠을 뿐이다. 그리고 다시 일상을 회복한 뒤에는 그동안 밀린 일에 몰두하느라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번아웃을 방지하는 마지노선,

2년에 한 번 2주 이상의 긴 휴가

스터디를 같이하는 문우의 메일을 받고 나서야 워라밸 기준을 생각하게 되었다. 얼마 전 중앙아시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그는 스페인-포르투칼 여행을 앞두고 있었다. '스페인'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스위치가 켜졌다. 모국을 제외하고 가장 좋아하는 나라, 날씨와 건축, 음식, 풍광, 문화와 사람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던 유일한 곳. 스페인을 다녀오지 못한 지 벌써 9년이나 흘렀다. 뒤늦게 그 사실이 자각되자 3년 동안 여행을 떠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사무치게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시점부터 현재까지, 그 사이에 3번의 장기 여행이 포함되어있었다. 뉴욕에서 한 달 살기를 하거나 오키나와를 다녀오고, 동유럽을 여행했다. 돌아보며 깨달았다. 2년에 한 번, 2주 이상 마음에 품었던 이국적인 풍경으로 여행을 떠나야 워라밸이 맞춰진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을. 2주 간의 자유가 2년을 열심히 살게 만들어주었다.



불길처럼 일렁이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동기부여 콘텐츠를 찾아보았다. 다짐하며 쓴 일기와 생존기록 포스팅도 다시 읽었다. 당장 비행기에 오르고 싶다는 마음을 추스르고 나니 워라밸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번아웃 직전까지 자신을 몰아세우다가 겨우 숨통 트이게 하는 것은 워라밸이 아니다. 매일 일을 하고 역량을 키워가듯 매일 쉼이 있어야 한다. 워라밸은 하루, 일주일, 한 달, 분기, 1년, 2-3년으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 2년에 한 번 2주간의 휴가가 주어지면 그래도 번아웃은 오지 않더라-는 깨달음을 유일한 결론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프리랜서의 워라밸, 하루 그리고 일주일 단위의 균형이  중요하다

프리랜서는 하루, 일주일의 쉼을 챙기기 어렵다. 출근과 퇴근, 휴일의 개념이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반면 일정을 어떻게든 밀고 당기고 욱여넣으면 한 달, 1년 단위에서는 긴 휴일을 챙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워라밸을 찾으려면 하루 단위, 일주일 단위의 쉼과 일의 배치가 더 중요하다.



하루 단위로 생각해보면, 퇴근이 없는 대신 중간중간 늘어지면 취침시간이 밀린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저녁 9시까지 일과를 마쳐야 밸런스가 맞춰진다. 일주일 단위로 생각하면, 하루 중 반나절은 온전히 쉬어야 균형이 잡힌다. 주중에 연재 중이기 때문에 주말에는 쉬기로 마음먹었다. 주말 중 하루의 반나절은 집에서 온전히 뒹굴거리기만 해야 한다. 그때 아무런 죄책감,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아야 제대로 된 휴식이라고 기준을 세웠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이 충족되지 않은지 2달 정도 되다 보니 자꾸 스위치가 켜지고 버튼이 눌린다.

주말에 일정이 계속 잡히면서 제대로 쉬지 못했다. 일요일 저녁에는 스터디까지 시작하다 보니 여행 버튼이 너무 쉽게 눌린다. 자꾸 브런치의 여행 에세이를 찾아 읽게 되고 인스타와 유튜브에서 가고 싶은 장소를 검색하게 된다. 올해는 해외여행을 떠나지 않겠다고 호기롭게 포스팅까지 해놓고 몰래 여행 금단증세에 시달리는 중이다. 결국 돌아보면 하루와 일주일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하니 한 달, 반년, 1년 단위의 균형도 흔들리기 시작한다.



프리랜서라서 고통받았다면, 프리랜서라서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보상받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내 안의 스위치를 켜버린다. 목표한 것을 이룬다면 당장 떠나겠다고, 그것은 성과보상이지 자신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라고 나를 달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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