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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Aug 23. 2022

각자의 길을 함께 걷는 사람들

2022.08.22

작법 강의 뒤풀이 자리에서 옆자리 사람이 속삭였다. 이렇게 뒤풀이를 하지만 당장 내일부터 외롭게 글을 써야겠네요. 몇 개월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하느라 종강 뒤풀이 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홀로 모니터를 보며 글을 쓰는 서로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나이도 제법 차이나고 사는 곳도 달랐지만 옆자리에 앉은 그 수강생에게 마음이 갔다. 맞는 듯 맞지 않는 듯 15분에 한 번씩 맞춰지는 유머 코드 덕분에 깔깔거리다 속삭이곤 했다. 멀리서 왔기 때문에 인근에 숙소를 잡아둔 그 수강생은 1차만 마치고 숙소로 돌아갔다. 어쩌면 그것이 마지막이었을지 모를 순간의 인연이었지만 외롭게 글 쓰는 길을 택한 사람 사이의 유대 덕분인지 가끔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뒤풀이 자리에서 스터디를 운영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며칠 동안의 숙고 후 인원을 확정했다. 스터디에 지원했지만 귀찮았고 약간 쑥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스스로를 강제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그렇게 스터디를 시작했고 덕분에 매주 원고를 분석하고 글을 쓰고 있다. 공모전에 제출할 원고도 스터디원 덕분에 퇴고를 마칠 수 있었다. 



고요한 시간, 하얀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를 보며 가끔 옆자리 수강생이 한 말을 떠올린다. 글을 쓰는 것은 언제나 외로운 일이지만 각자의 길 위에서 함께 걷는 사람들 덕분에 덜 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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