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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Aug 26. 2022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것이 낫다

2022.08.25

처음 본 사이에 금방 친해지고 싶은 욕심으로 너무 많은 말을 할 때가 있다. 너무 많은 것을 묻고 묻지 않은 것을 대답한다. 어색한 사이일수록 길어지는 그 침묵의 시간,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말하기 위해 단어를 고르는 사이 누군가는 그 공백을 견디지 못해 아무 말이나 한다.



어릴  나는 모르는 사람들끼리 서먹하게 모였을  가장 먼저 입을 떼는 사람이었다. 대화와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이 즐거웠고 어색함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순간을 즐겼다. 하지만 각자의 시간과 공간을 채워왔던 사람들은 비슷하게 자란 어린 시절 친구와 다르다. 공백을 견디겠다고 아무 말이나 묻고 대답하는 것은 서로에게 실례일  있다.



유교의 땅에서 나고 자랐기에 통성명을 하자마자 나이를 묻는다. 호형호제하며 더 빨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일 수 있다. 하지만 이름과 나이를 알고 나면 더 많은 것을 궁금해한다. 막상 첫 모임 이후 자주 보거나 친해질 사이도 아니면서 너무 쉽게 상대방의 시공간을 뛰어넘으려 한다.



사람들이 날씨 이야기를 하고 비교적 가치중립적인 분야를 이야기하려고 조심하는 동안 눈치 없이 개인사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대화는 결국 상호적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무엇인가 이야기하면 듣고 있던 사람도 자신의 이야기로 화답해야 한다. 그래야 대칭이 맞는다. 너무 쉽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궁금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듣게 한 다음, 보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강제하는 것일 수 있다.



어색함을 견딜 수 없다면 아랫입술이라도 깨물자. 고르고 골라 조심스럽게 건네는 말이 아니라면 침묵이라는 공백을 채우기 위해 아무 말이나 던지지 말자.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를 묻지 말고 상대가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를 먼저 답하지 말자. 차라리 입을 다물고 눈빛과 표정을 따듯하게 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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