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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Aug 26. 2022

가장 깊게 공감하는 사람, 최은영이라는 세계

2022.08.26

이번 주 월요일부터 그동안 미루고 미루었던 책, <쇼코의 미소>를 읽기 시작했다. 최은영의 소설을 읽으면 등이 저릿해진다. 말 그대로 가슴을 치게 된다. 세상의 무정하고 고통스러운 일을 가장 아프게 느끼는 사람이 최은영이다. 그는 슬프고 억울하고 분노스러운 역사의 한 장면마다 사람이 있다고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도 그것이 외상을 입힌 사람들은 그저 살아가고 있다고 보여준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역사가 아니라 내가 당한 일이 된다. 때로는 가해자로 때로는 피해자로 때로는 방관자로. 감정의 순간을 목도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모든 것이 그저 내 것이 된다.



억울하고 민망하고 분통 터지고 슬프고 공포스럽다. 문장은 쭉쭉 읽히는데 가슴이 타들어가서 책을 덮고 싶었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페이지를 계속 넘기며 읽었다. 한 편 한 편 너무 가슴을 타들어가게 옥죄여서 겨우 하루에 한 편씩 읽었다. 최은영의 단편소설은 찐득하게 고농축 된 글이라 하루 한 편 이상 읽었다가는 그 커다란 슬픔과 원통함, 서글픔, 부끄러움, 안타까움, 민망함에 잡아 먹히게 된다. 한 편의 세계가 끝나면 조심스럽게 다리를 붙잡고 글자와 글자 사이를 헤쳐 겨우 빠져나온다. 책장을 덮어도 종일 문득문득 떠오르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 분량만큼만 글자를 삼켰다.



최은영의 세계가 두려운 것은 만들어진 가상의 세계가 아니라 분명 어딘가에 있을 이야기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기록이 아닐까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서늘하고 저릿한 무언가가 나를 할퀴고 지나간다. 모른 체 지나가고 싶은 순간, 눈을 감고 없던 일로 지우고 싶은 순간,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하고 겨우 눈을 뜨면 그 세계가 내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베트남 전쟁과 독재시절부터 어느새 잊어버린 세월호까지 몇 걸음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 나를 확 잡아당겨 그 안에 사람이 있었노라고 마음에 새겨진 그 기록들을 보여준다. 나를 비껴가 관찰자로 머물게 했던 그 사건들을 기어이 내게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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