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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Sep 02. 2022

플롯, 설계도 그리기
-3막 구조의 설계도

2022.08.31

작법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글을 제대로 쓰려면 도면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갑자기 떠오른 장면과 감정, 캐릭터를 하나의 세계 안에 밀어 넣으려면 세계를 세울 수 있는 설계도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 장면, 짧은 에피소드에만 그칠 수 있다. -심지어 짧은 에피소드 역시 기승전결의 완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설계도를 그리지 않고 시작한 글쓰기는 제대로 된 결말을 맞이할 수 없다. 



소설을 기준으로 하면 보통 경장편은 200자 원고지 400매부터다. 드라마 대본을 기준으로 하면 단막극 70분을 36페이지에 담아야 한다. 웹소설은 1회 5000자에서 5500자로 1권은 13만 자 내외다. 정해진 분량 안에 완결된 이야기와 세계를 구축하려면 일단 형식을 제대로 익혀야 한다. 전형적인 틀과 형식이 작가를 제약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계속 공부하면서 깨달았다. 형식이 오히려 작가를 자유롭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에서 출발한 3막 구조

이야기의 구조라고 하면 우리는 바로 기-승-전-결의 4개의 구조를 떠올린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에서 출발한 서양에서는 3막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이때 각 막은 동일한 분량이 아니라 1막이 25%-30%, 2막이 50-60%, 3막이 25-30% 정도로 2막을 2-1막과 2-2막으로 나누는 경우도 있다. 3막 구조이지만 2막을 둘로 나누어 플롯을 구성하는 경우를 고려하면 결국 4개의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막은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그 인물이 있는 세계(공간적, 시간적 배경)를 소개하며 시작한다. 일상의 세계를 살고 있던 주인공의 평온함을 깨트리는 도발적인 사건이 시작하며 이야기는 전환된다. 


2막은 1막에서 도발적 사건을 마주한 주인공에게 새롭게 펼쳐진 새로운 세계다. 주인공은 도발적 사건을 통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 나가지만 중간중간 장애물을 만나고 이를 함께 헤쳐갈 조력자를 만난다. 


3막은 위기와 절정을 맞이하고 주인공이 감정이든 사건이든 목표든 그것을 해소하거나 해결하거나 달성하는 지점이다. 3막의 주인공은 일련의 사건과 감정들로 인해 더 이상 1막의 사람과 같은 사람이 아니다.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며 이야기는 결말을 맞이한다. 




플롯의 기둥들

독자나 시청자가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에 빠질 수 있도록 이야기의 중간중간마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극적인 사건을 배치하거나 이야기 전개가 전환되는 지점들을 배치한다. 일종의 구성점으로 플롯을 이루는 기둥이라 할 수 있다. 


막이 새로 시작되는 지점에는 커다란 기둥이 놓인다. 1막과 2막 사이, 전체 이야기의 한가운데인 중간점, 2막과 3막 사이에도 기둥이 놓인다. 막의 경계는 사건이나 감정, 세계가 전환되는 지점이기 때문에 극적인 포인트가 된다.  


1막에서 일상을 살아가던 주인공에게 던져진 새로운 사건, 인물과의 만남 즉 도발적 사건 역시 중요한 기둥이 된다. 2막에서는 중간점과 그 전후에 대칭적인 위치에 작은 구성점들이 놓인다. 일종의 장애물들인데 이로 인해 좌절하기도 하고 조력자나 적대자를 만나고, 극복하며 주인공은 성장한다. 3막에서는 감정과 사건이 절정에 이른다. 극렬한 갈등, 극적인 위기 지점이 막을 구성하는 커다란 기둥이 놓인다. 1,2막에 비해 3막이 가장 속도감 있게 진행되며 비밀이 드러나고 갈등이 극에 달 했다가 해소되기 때문에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플롯을 받치는 기둥은 건축가마다 다르지만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2-3권 정도 플롯을 정리한 작법서를 읽으며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모든 작품이 한 가지 설계도로 설명되는 것도 아니고 동일한 작가라 할지라도 한 가지 설계도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각의 설계도는 작가에게 중요한 무기가 된다.



시드 필드 <시나리오 워크북>

시나리오 작법서의 고전이다. 플롯의 설계도를 구축하고 제안한 초대 작법 작가다. 미국 시나리오 분량인 120p를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다. (최근 110p 분량을 표준으로 한다) 매체별 분량에 비율을 맞춰 적용해보면 우리에게도 도움된다. 


1막-설정: 오프닝 (~10p) → 문제 규정 + 문제가 무엇인지 이해 → 구성점 1

2막-대립: 전반부 액트(30-60p) : 전반부 밀착점 (45p) → 중간점(60p) → 후반부 액트(60-90p) :후반부 밀착점 (75p) → 구성점 2

3막-해결:   절정 → 엔딩




블레이크 스나이더 <세이브 더 캣>

스나이더는 헐리우드 영화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설명한다. 110페이지 시나리오 분량을 기준으로 15개의 기둥을 세워놓는다. 


1막: 오프닝 이미지(1p)- 주제 명시(5p) -설정(1-10p)- 기폭제 (12p) - 토론 (12-25p)

2막 진입(25p) -B스토리 (30p) - 재미와 놀이 (30-55p) - 중간점: 가짜 승리 (55p) - 악당이 다가오다 (55-75p) - 절망의 순간: 가짜 패배 (75p) - 영혼의 어두운 밤 (75-85p)

3막 진입:해결책 떠올림 (85p) - 피날레 (85-110p) - 마지막 이미지 (110p)



크리스토퍼 보글러 <신화, 영웅 그리고 시나리오 쓰기>

황금 양털을 찾으러 떠나는 영웅들의 모험과 귀환 여정을 다룬 플롯이다. 가장 많이 반복되고 재생산된 영웅 서사 구조는 전 세계 각 지역의 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에도  <반지의 제왕>이나 히어로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이런 장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긴 여정을 떠나며 그곳에서 시험을 받고 장애물을 만나며 시련을 겪고 결국 보상받는다. 그리고 길 위에서 정신적 스승과 조력자, 적대자를 만난다. 모든 이야기는 결국 영웅 서사로 설명될 수 있기 때문에 휴먼 드라마와 스릴러, 멜로, 액션 장르에서도 활용되는 플롯이다. 


1막: 일상의 세계 → 모험에의 소명 → 소명의 거부 → 정신적 스승과의 만남 → 첫 관문의 통과 

2막: 시험, 협력자, 적대자 → 동굴 가장 깊은 곳 → 시련 → 보상 

3막: 귀환의 길 → 부활(절정) → 영약을 가지고 귀환 (대단원)


크리스토퍼 보글러는 조지프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읽고 자신만의 플롯 설계도를 구축한 것이다. 조지프 캠벨의 책을 먼저 읽고 보글러의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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