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름차차 Sep 05. 2022

MBTI, P의 여행

2022.09.02

MBTI 성격유형 중 P의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온오프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계획적인 J와 즉흥적인 P가 서로에게 가장 놀랄 때는 여행 계획을 세울 때다. 빽빽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엑셀 파일과 자기 카톡에 정리한 몇 줄만큼 극단적인 J와 극단적인 P 사이에는 스펙트럼이 넓게 펼쳐져있다.


어릴 때는 나도 J의 여행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나는 점차 P의 여행을 즐기게 됐다.




J 여행의 정석, 기억나니 그 시절 유럽 배낭여행

대학교 2학년 여름방학에 한 달 동안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학교 동기 4명이 모여 두 나라씩 맡아 여행 일정과 예산을 짰다. 기말고사를 앞두고도 우리는 여행 스터디에 더 심취해 있었다.


영국 in, 프랑스 out. 시계방향으로 8개국을 돌기로 결정했다. 그 시절 가장 전형적인 여행 경로였다. 그렇다 보니 숙소에서, 길 위에서, 기차와 비행기에서 우리 또래 대학생들을 수차례 마주치기도 했다.



당연히 모든 숙소와 기차, 항공 일정은 고정된 상태였다. 하지만 여행이 늘 그렇듯 계획과 완벽히 일치하는 일정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독일에서 체코로 가는 밤기차를 놓치고 한인숙소로 찾아가 로비에서 여학생 네 명이 소파에 앉아서 잤다. 프라하 숙소는 예약이 취소돼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 그 와중에도 묘하게 이런 불확실함이 즐거웠다.



보고 싶은 곳도 많았고 보려고 했던 곳은 다리를 질질 끌면서 기어이 다녀왔다. 돈을 아끼겠다고 캐리어를 보관함에 맡기지 않고 직접 끌고 돌길을 왕복하기도 했다.  



다른 대륙은 처음이라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호기심 많고 여행 욕심(?) 이 많은 데다 체력까지 좋았던 21살의 우리는 J의 여행에서 점차 P의 여행으로 바꾸고 있었다.



늘어난  P 여행 비중

사실 스마트폰이 없다면, 수많은 숙소 예약 어플과 한국인의 가이드북인 네이버 블로그와 여행 커뮤니티가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J 스타일의 여행 비중이 높았지만 점차 P 스타일의 비중이 높아졌다. 스페인 여행은 중간중간 숙소 예약을 비워뒀다. 뉴욕 여행과 동유럽 여행을 할 때에는 첫 도착지와 마지막 숙소만 예약하고 중간은 아예 비워둔 채 하루 전날이나 당일 숙소 예약이라는 서바이벌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극단적인 여행의 조건

모든 사람에게 결코 추천할 수 없는 여행 스타일이지만, 극성수기를 피한 경우라면, 빡빡한 일정을 싫어하고 여행에서만큼은 즉흥적이기를 원한다면, 어느 정도 비상금 예산이 확보되었고 기본적인 외국어가 가능하고 여행 경험이 있다면 이런 여행도 추천한다.


숙소 어플과 현지 교통 어플, 정보 사이트만 미리 챙겨놓고 발길 따라 눈길 따라 떠나고 다닐 수 있다.

부끄럽게도 여행지에수많은 비행기와 기차, 버스를 놓쳐왔다. 숙소 예약이 잘못된 경우도 있었고 오버부킹 사례도 있었다. 그럼에도 웃으며 이것도 추억이다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가족 중에 브런치 글을 읽는 사람이 몇 있다 보니 다들 걱정(?)할까 자세한 경우를 모두 언급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언제나 여행은 계속될 수 있었다.


P의 여행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여유와 대응력이다.

실수해도 운이 나빴어도 주저앉아 짜증 내봤자 아무런 해결이 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책임지고 선택할 사람은 나다. 그 시간을 즐거움, 호기심, 안전함으로 채우는 건 자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베푸는 사람이 더 크게 성공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