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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Sep 14. 2022

또 다른 문이 열렸다

2022.09.13

오징어게임 팀의 수상을 기대하며 에미상 시상식 중계를 틀어놓고 일을 시작했다. 오징어게임은 남우주연상과 감독상, 여자 게스트 부분, 시각효과, 스턴트 퍼포먼스, 프로덕션 디자인   6 부분에서 수상했다. 코로나로 삭제된 일주일을 복구하느라 시상식에 온전히 집중할  없었지만 2  오스카 시상식이 떠올랐다. 그때 대학원 사무실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은  몰래 중계를 보고 있었다. 감독상 시상식 때에는 나도 모르게 봉준호 감독이 수상했어요- 외쳤고 작품상 수상 당시에는 테이블에서 교수님들과 함께 시청했다. 그리고 2 반이 흘렀다.



그동안 K콘텐츠는 영화, 케이팝, 드라마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랐고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한국의 클래식 아티스트들은 콩쿠르 결선장을 가득 채웠다. 문학과 게임, 웹툰도 점점 더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제는 현상이 되어버린 k콘텐츠의 확산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변화된 세상이 만든 기회,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성장시킨 까다로운 소비자들

플랫폼은 지역별 시차를 줄였고 거의 동시에 세계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세계시장을 묶어내다 보니 거대한 자본이 투자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투자와 공급, 소비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가장 크게 기회를 잡은 사람들은 K 콘텐츠 창작자들이었다.


개인의 엄청난 재능과 노력이 그들을 가장 높이 올려놓았겠지만 K콘텐츠 사업 전반의 역량 강화도 영향을 미쳤다. 한 명의 천재가 등장한 것이라면 k콘텐츠 전반의 인기를 유지할 수 없다. 문화예술 영역 전반, 모든 영역의 양적 질적 성장이 없었다면, 각 영역이 융합되어 만들어진 콘텐츠의 성장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 플랫폼의 시대에 한국 창작자들과 산업 전반의 제작인력은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들이 준비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이라는 사회가 가진 역동성과 까다로운 소비자의 눈높이 덕분이었다. 다양한 소재는 다이내믹 코리아의 역사와 사회에서 나왔다. 콘텐츠의 질은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따라간다. 좋은 콘텐츠를 들고 와도 가열차게 비판받고 아무리 네임밸류가 높아도 콘텐츠 자체의 재미를 기준으로 소비하는 곳이다 보니 생산자들은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문을 열 수 있다는 생각- 꿈의 크기

k콘텐츠 성장과 성공의 배경에는 이런 요인들이 있지만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다. 생각의 크기가 다른 성취를 만들어낸다. 한국은 콘텐츠 소비자만 눈이 높은 것이 아니라 생산자의 눈높이, 꿈의 크기도 높고 크다.


같은 업계에서 누군가 상을 받거나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면 다른 생산자들도 목표를 더 올린다. 네가 했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인드가 사회 전반에 깔려있다. 출판업계에서도 자주 경험했다. 우리나라 그림책작가들은 신인작가도 볼로냐 수상을 꿈꾸고 목표로 삼는다. 외국인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 점을 가장 놀라워했다. 그림책뿐만이 아니다. 누군가 책 수출 계약에 성공하면 다른 출판사들도 출판 기획 단계부터 수출을 염두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는다. 케이팝, k드라마, k영화, 웹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콩쿠르 결선마다 과반 이상을 채우는 아티스트들은 어떠한가. 어릴 때부터 국제 콩쿠르 우승을 목표로 삼는다.


닫혀 있는 문을 보고도 자신의 한계를 미리 긋지 않는다. 언젠가 저 문도 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치열한 경쟁이 참여자 모두의 목표를 키웠고 경쟁자(?)가 해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멘탈트레이닝 효과를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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