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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름차차 Nov 02. 2022

그렇게 제주도를 떠났다 -지금 당장 행복해지기 3

2022.11.01

제주도 3일 차, 눈을 뜨는데 온몸이 욱신거렸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있던 사람이 하루에 오름을 1-2개씩 오르다 보니 근육통이 몰려왔다. 암막커튼을 치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더니 아침햇살을 가득 쏘이며 눈을 떴다. 그럼에도 입꼬리는 절로 올라갔다. 이렇게 온전히 평온한 아침을 맞이한 적이 언제였던가. 11시 체크아웃 마감시간에 맞춰 퇴실할 예정이라 아직 2시간은 더 자도 괜찮았다. 커튼을 다시 치고 침대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까무룩 잠에 들었다 일어나 느긋하게 짐을 챙기며 오늘 들을 플레이리스트를 선정했다. 제주도의 하루는 바다, 오름, 카페, 노을로 채웠다. 호텔 근처의 그림 카페로 향했다. 서울에서도 찾아가 보지 않은 카페였는데 호텔 바로 옆이다 보니 잠시 머물러 커피 한 잔 마시고 출발하면 좋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한적하고 창문으로 보이는 전망이 시원해 계획보다 한참 동안 머물렀다. 단편소설을 1편 읽고 실컷 사진을 찍다 나왔다.




정갈한 가정식 한식이 그리웠지만 근처의 <소규모 식탁>이 휴무이다 보니 얼큰한 국물을 마실 수 있는 곳으로 갔다. 문어와 전복, 새우가 가득한 해물라면을 먹으며 다음 일정을 추렸다. 억새를 실컷 보고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어음리 억새 군락지에 들렀다. 푸른 가을 하늘, 너른 들판에서 흔들리며 반짝이는 억새를 보고 있자니 그 모든 수고가 가치 있게 여겨졌다. 잠을 줄여가며 여행을 결정하고 여행 중에도 일과 병행했지만 이러한 풍경을 눈에 담기 위해서였다니 모든 것이 받아들여졌다.




제주도 오름 중 가장 좋아하는 두 곳의 오름이 있다. 금오름과 새별오름. 5월의 제주 여행에서 마주한 두 곳의 풍광을 다시 담고 싶었다. 일정과 경로를 고려하면 금오름을 무리였기에 억새로 가득한 새별오름으로 향했다.




바다를 많이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 경로를 돌아서 협재와 곽지해수욕장에 들렸다. 해변을 재정비하는 중이라 오랫동안 머무르지 못했지만 들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있어 다행이었다.  애월 <하이엔드 제주>에서  제주도의 마지막 일몰은 여행의 마지막을 멋지게 마무리 해주렀다.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까지 여독을 풀지 못해 커피를 여러 잔 마시는 중이다. 여행하며 일을 병행했음에도 돌아와서 처리해야 할 일들은 쌓여있다. 그럼에도 현재를 사는 것,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것은 이 모든 수고를 가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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