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냄새와 함께 뿌려진 출판사 창업의 씨앗 2022.01.10
우리 출판사는 출판문화진흥원이 낳았다.
2019년 출판문화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삼삼오오 청년인문실험을 하며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다.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받는 세계라니. 나는 신이 나서 여러 프로젝트와 공모사업에 도전했고 대학 졸업 후 다시 하는 조별 모임의 고통도 견뎌냈다. 가슴 뛰는 삶이란 결국, 도전에서 오는 고통으로 인한 일종의 부작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2019년 삼삼오오 청년인문실험으로 <치유글쓰기 공작소>를 운영하고 2020년 청년 인문상상으로 <그림책공작소>를 진행했다. 출판문화진흥원의 지원사업에 2년 연속 참여하며 결국 독립출판사까지 차리게 되었다.
출판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면 어디선가 솔솔 치킨 냄새가 풍겨온다.
공동저자로 참여한 내 첫 책과 두 번째 책의 출간 파티는 모두 합정동 치킨집에서 진행되었다. 두 번째 출간 파티에서 출판사 창업의 씨앗이 뿌려졌다. 그날, 치킨 냄새를 맡으며 출판사 이야기, 책을 만들고 홍보하고 유통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맛있게 치킨을 먹는데 나는 치킨 냄새만 맡고 출판사 이야기에 심취했다.
그리고 몇 년 뒤 출판문화진흥원이 내 출판사를 낳은 덕분에 산고 없이 출판사를 갖게 되었다.
산고는 없었는데 산후 우울증은 겪었다. 프로젝트에 함께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고통도 늘어난다.
어느날 작가가 사라졌다. A작가는 B작가와 다퉜다. 작가가 많을수록 고통은 배가 되었다. 나 역시 한 때, 그리고 지금도 신인작가이기에 작가에 대한 예우와 존중을 중시하였다. 작가를 대우할수록 나는 을이 되었다. 출판사 담당자 입장에서 과거에 나는 어떤 작가였는지 반추해 보았다.
인쇄업체를 결정하고 책이 내 손에 쥐어지기까지 수많은 사건 사고를 경험했다. 어린(?)-전혀 어리지 않지만- 여자 대표가 얼마나 만만해 보일 수 있는지 겪고 나니 번아웃이 제대로 몰려왔다. 그래서 방에 상자를 쌓아두고 병원을 다니고 뮤지컬을 보며 지냈다. 동생이 독립하며 추가로 생긴 방을 서재 겸 창고 삼아 책이 가득찬 상자를 쌓고 또 쌓으며 그렇게 살았다.
책을 출간하고 몇 달 동안 방에 박스째 쌓아두고 살았다. 몸은 아팠고 마음은 지쳤다.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반년 넘게 보내다 겨우 힘을 내 각종 공모전을 기웃거렸다. 독립출판 지원사업 마지막 날, 마감 몇 시간을 앞두고 겨우 지원서를 제출했다. 지원사업 덕분에 책은 경기도 지역 도서관과 문화공간에 전시되었고 이후 북페어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술딴스 북카페 독립책방 사장님-<개와 술> 저자-이 입고를 제안해주셨다.
파주로 여행 가듯 방문해 직접 책을 입고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일어났다.
독립책방 리스트를 엑셀파일로 정리하고 입고 제안 메일을 보냈다. 끝없이 보내고, 거절당하고, 입고하고 그렇게 3개월을 보냈다. 그리고 북페어에 나가 다른 독립출판 작가, 출판사, 책방지기를 만나 조언을 구하고 그들을 관찰했다.
오마에 겐이치의 말이 맞았다.
사람이 바뀌려면 사는 곳을 바꾸고 만나는 사람을 바꾸고 시간을 달리 써야 한다. 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내 시간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